'더킹' 조인성 "웃자고 만든 얘기에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 [인터뷰②]

입력 2017-01-21 06:27  


영화 `더킹`에서 어렵게 자란 태수(조인성)는 부와 성공을 위해 검사가 된다. 그러나 태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높은 자리와 권력을 향해가는 그는 결국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비리와 악행을 저지른다. 영화 `더킹`은 주인공 박태수가 10대부터 40대까지 겪는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조인성은 박태수의 인생을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담아내며 영화 `더킹`을 장악했다. 조인성의 내공이 돋보이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는 그의 연기에서 `비열한 거리`의 병두,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이 가진 청춘의 불안한 눈빛은 보이지 않는다. 예민하고 거칠었던 그가 좀 더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조인성은 그렇게 한층 여유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8년 `쌍화점` 이후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그간 연기를 쉰 건 아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세 편이나 했다. 브라운관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춘 그지만, 스크린에서 보니 더 반갑다. 성숙해진 연기로 돌아온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출연이 오랜만이다.
영화를 피했던 건 아니에요. 제대 이후 영화 `권법`을 차기작으로 정하고 기다렸는데, 제작 과정에서 뭔가 꼬이면서 지연됐어요. 3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하차했죠. 그 와중에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세 편이나 하게 됐죠.
복귀작으로 `더킹`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읽자마자 `이 영화다` 싶었죠. 한 인물의 눈에 비친 시대상이 재미있었어요. 무거운 소재지만, 재치있고 가볍게 그려낸 것도 좋았고요. 영화를 한다면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영화가 제시형태라면 드라마는 공감 형태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이왕 영화를 한다면 새로운 뭔가를 제시해 주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죠. `더 킹`이 그런 면에서 끌렸고요.
오랜만에 돌아온 영화 현장은 어땠나.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표준 근로제계약서요. 덕분에 현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촬영 시간도 정확하게 지키고요. 이전에는 스태프들을 대변하기 위해 배우가 나서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권리를 스태프들이 먼저 찾는 모습이었어요.
결과물은 기대만큼 잘 나온 것 같나.
영화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이 `제가 나오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였어요. 저 때문에 영화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부담감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래도 부끄러운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인가.
너무 대놓고 `제가 주인공입니다`라고 말하는 느낌이라서요. 칭찬받거나 혼나거나 둘 중에 하나겠다 싶었죠.
분량이 얼마나 많은 건가.
총 104회차 촬영을 했는데 제가 90회차 이상 나와요. 그리고 그 안에 내레이션도 끝까지 들어가죠. 영화 후반 작업을 할 때 믹싱이 끝나는 이틀 전까지 내레이션을 하면서 매니저를 다그쳤어요. `아니, 이게 영화 한 편 개런티를 받아야 하는 영화냐, 계약이 뭔가 잘못됐다` 싶은 거죠. (웃음)
태수는 개과천선하는 악인으로 그려진다. 태수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박태수가 착한 사람이라는 거요. 유년 시절 힘에 대한 순수한 욕망에서 비롯된 선택이 괜찮게 살고 싶다는 욕망에 권력을 향한 선택으로 이어진 거죠.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욕망과 선택 아닐까요? 그런 선택과 타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태수도 권력의 추악함에 동참하게 된 거예요. 그래도 순간순간 태수는 선한 본성을 보여줘요. 그리고 결국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인물이죠.
`더킹`을 보면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사실 우리는 풍자를 하려고 했는데,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실적인 영화가 됐어요. 웃자고 만든 이야기가 웃을 수만은 없게 된 거죠. 저희는 촬영 때 정말 즐겁게 찍었거든요.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검사들이 샤머니즘에 휘둘리는 게 웃기잖아요. 관객들도 즐거워할 거란 생각으로 촬영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뉘앙스의 그림이 됐어요. 시국 때문에 영화의 즐거운 포인트를 놓치고 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요.
이 영화 출연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거 아닌가.
기자분들과 대중분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지켜주실 거라 믿어요.
영화는 태수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연기 말고도 내레이션까지. 영화 전반적인 걸 신경쓰려면 힘들었겠다.
감독님이 어느 날 제게 전화를 하시더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성 씨가 굉장히 외롭고 힘들 것 같아요. 제작, 연출팀은 영화 뒤에서 만들고 힘을 보태지만, 인성 씨는 개봉과 동시에 관객의 반응을 전면에서 받아내야 하잖아요. 그게 비바람이든, 햇빛이든.` 이러시는 거예요. 아시면 촬영할 때 좀 잘해주시지.(웃음)
`더킹`을 볼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메시지는 강하지만 가벼운 터치로 가는 영화죠. 유머도 있으면서 진중함도 있는, 그게 잘 버무려진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웃음)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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