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순리대로’ 흘러가나 했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가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어제(1일) 돌연 검찰에 고발합니다. 2010년으로 돌아가 당시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이 신상훈 지주 사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던 그룹 내 암투. 일각에서는 제2의 신한사태까지 우려합니다.
◆ 시작은 신한은행장 내정설
지난달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을 결정하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그룹 회장으로 단독 추천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결과는 싱거웠습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위성호 사장이 면접 과정에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면접에 들어가기 전과 후 기자들과 만난 위 사장은 전혀 사퇴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사퇴 과정이 석연치 않자 회추위가 위 사장에게 신한은행장 자리를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이상경 회추위원장은 회추위와 자경위(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독립된 결정을 한다고 강조했지만 3명의 위원이 양쪽의 멤버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독립적이지만 속으로는 독립적일 수 없는 구조입니다.
◆ 누가 위성호를 흔드는가
신한금융 관계자는 왜 이 시점에 고발을 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정의연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고발의 목적을 `위성호 사장의 신한은행장 선임을 반대`라고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한사태에 연루됐던 위성호 사장을 고발하면서 애써 덮어두려했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위 사장은 실제 신한카드 사장으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조용병 행장보다 한해 후배인 위 사장이 신한은행장을 맡는 구도는 이사회가 강조한 ‘순리’라는 원칙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위 사장이 행장 후보에 가까워질수록 신한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이번 시민단체의 고발은 신한사태를 청산해야한다는 그룹 내 일부 시각과도 접점이 있습니다.
◆ 다시 시험대에 오른 신한의 지배구조
신한사태 이후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안정적인 경영승계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현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은 신한사태와 대체로 무관한 인물들입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차기 신한은행장을 결정합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함께 신한지주의 김형진 부사장과 임영진 부사장이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회장 선임까지는 무난했지만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지주 이사회의 결정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순리대로 흘러가기에는 그들이 감춰 온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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