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이 14일 대한항공전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소매가 없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사진 = 한국전력) |
경기감독관이 경기의 방향을 바꾼다? 프로 무대라면 나오지 않아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감독관의 실수로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14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연출됐다.
문제의 출발은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의 유니폼이었다. 강민웅은 동료들과 다른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민소매 여부가 아니었다. 강민웅은 동료선수들과 디자인이 다른 유니폼을 입은 것이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경기감독관이 정확한 규정을 인지하고, 유니폼을 확인했다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감독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전을 허용하면서 문제가 크게 발생했다.
1세트 7-6 상황에서 박기원 감독은 유니폼에 대해 경기감독관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박주점 경기감독관은 문제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14-12로 대한항공이 앞서고 있는 시점에서 KOVO 측은 강민웅의 유니폼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20여분 가량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강민웅은 부정선수로 간주돼 퇴장 당했다. 또한 스코어는 14-1로 정정됐다. 한국전력의 1점은 강민웅이 투입되기 전의 점수였다. 이 부분은 규정과 원칙대로 이뤄진 일이다. 하지만 경기감독관의 잘못과 경기위원장은 프로답지 못한 처신을 했고, 그 피해는 한국전력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일차적으로 경기에 앞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선수나 구단측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코트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기용하거나 출전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에 투입되기 전, 경기감독관을 통해 유니폼 착용이 가능한지 의뢰를 했다. 물론 경기감독관은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한국전력은 강민웅을 투입한 것이다. 여기에 상대팀 감독 항의에도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을 시켜줬다.
수많은 규정을 모두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규정집이라도 살펴봤다면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한국전력은 2점차의 경기를 13점차로 벌어지는 상황을 맞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양팀 감독들을 모아 지혜롭게 풀자던 경기위원장은 정작 본인은 지혜롭지 못했다. 양팀 감독이 합의를 할 상황이 아닌 규정대로 하면 그만이다. 감독들을 이해시키거나 설명은 필요하겠지만 엄연히 규정이 있는데 뭘 지혜롭게 풀자는 것인가? 또한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에게 ‘책임지겠다’며 빠른 경기속행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작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했다. 양 팀 감독들은 4-1로 돌려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로 14-1이 됐다. 과연 뭘 책임지겠다고 한 것일까?
겨울스포츠의 최강자가 된 프로배구. 그러나 매년 심판들의 자질 논란은 물론 경기운영위원회에 대한 팬들의 지적은 늘어나고 있다. 경기운영위원장, 경기 감독관까지 경기를 지배하는 인물이 된다면 그 피해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선수와 구단만 프로가 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심판은 물론 경기운영위원회도 프로가 될 때 완전한 프로리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