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정우 "'변호인' 언급되는 것 자체가 영광" [인터뷰]

입력 2017-02-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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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은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0년 벌어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정우가 연기한 준영은 먹고 살길을 고민하던 속물이었으나 우연히 사건을 맡아 재심을 추진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억울한 이의 누명을 벗겨주는 역할은 자칫 영웅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정우는 그 점을 가장 경계했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 그의 연기는 어떤 역할을 맡든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든다. 그런 그의 담백한 연기는 `재심`에서 도드라진다. 그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재심`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작품 들어가고 나서 집에 돌아와 다시 시나리오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잘 표현이 안 되는데 시나리오를 다시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울컥했다. 원래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생각을하면 울컥하고 두렵고 떨린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변호사 역할인데, 멋있고 정의감이 있다기보다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초반부는 준영이라는 인물이 좀 비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채로 연기했다. 변호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직업일 뿐이다. 그 사람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내려 하고, 남들처럼 돈 벌어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를 가진 사람이다. 나쁘게 말하면 속물근성이지만 미워할 수는 없다. 이런 속물 캐릭터가 빈틈이 생길 때 도리어 연민의 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 따뜻하기도 하고.
준영에게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보여서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준영은 굉장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특별해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보통 `변호사는 특별한 사람일 거다`라고 생각하는데 일반 직장인처럼 평범하니까.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준영은 점점 진지해진다. 준영의 성장 영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우라는 배우 자체의 모습이 완벽하지 않다. (웃음) 그래서 더 불완전한 인물의 성장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사람은 맞는 옷을 입어야 시너지가 있다. 내게 맞는 옷은 안 완벽한 캐릭터다. 완벽한 캐릭터는 기럭지가 길고, 멋진 친구들이 맡아야 감동이 커진다. 조금 부족해 보이는 애가 변호사고, 천재고, 이래야 반전이 있지 않을까. 요즘 관객들은 워낙 빨라 반전이 있어야 한다.(웃음)
돈 외에는 관심이 없던 변호사가 억울한 사람의 사연을 듣고 사건에 뛰어들면서 인생이 바뀌는 구조는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을 떠오르게 한다.
언급되는 자체가 영광이다. 송강호 선배님의 `변호인`이라는 작품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변호인`과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게 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송강호 선배님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겠나.
`약촌오거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서 연기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실화라는 사실은 몰랐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약촌오거리 사건`이란 걸 알게 됐다. 안타까운 사연이라 연기를 하는 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연기가 실제 박준영 변호사님의 이미지로 굳어져 버릴 수 있다는 점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었고, 영화로 극화돼 꾸며진 부분까지 모든 게 다 진짜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부담됐다. 자칫 잘못하면 대중의 포커스가 다른 쪽으로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사자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더 신경 쓰였다. 이 모습을, 이 영화를 가족과 지인이 봤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작품을 촬영할 당시에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재심`은 결말을 가지고 사건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에 대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영화지,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다른 법정 영화와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준영이라는 캐릭터를 대면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레 변해가느냐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영화상으로는 잘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지만 감정변화에 대해 논의도 많이 하고, 많이 찍기도 했다. 생각이 많았던 작품이기에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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