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고수 "가장 경계하는 건 익숙해지는 것" [인터뷰②]

입력 2017-02-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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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건네면 한참 뒤에야 대답하는 배우, 서두름이 없는 배우,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된 언어를 구사하는 배우, 기자가 느낀 고수의 인상이다. 특유의 중저음으로 조용히 말을 건네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귀가 기운다. 화려하거나 큰 리액션 없이도 좌중을 사로잡고 집중하게 하는 그의 내공이 놀랍다.
고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참 모범생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반듯한 이미지만큼이나 그가 걸어온 길도 담백하고 차분하다. 그의 연기는 억지스럽지 않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그런 그가 이번에 꺼내 든 작품은 `루시드 드림`이다. `기억추적 SF 스릴러`라는 생경한 장르를 표방하는 `루시드 드림`은 판타지와 부성애를 잘 버무린 한국식 SF 영화다. 자각몽과 공유몽 등 국내 영화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소재를 활용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루시드 드림`으로 첫 장편 상업영화 연출을 맡은 김준성 감독과 협업, 그리고 한국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자각몽이라는 소재. 여러모로 고수에게는 새로운 시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저는 재밌게 봤어요. 감독과 배우가 의도한 것들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했는데, 현장이 힘들어서 운 것은 아니고 오랜만에 개봉하게 돼서 뭉클함이 있었어요.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요.
조용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나이를 떠나서 그 시기에 관심 있게 읽히는 시나리오는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시나리오를 보려고 하는데, 요즘에는 선 반대편에 있는 악한 역할에도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악역에도 관심이 생긴 건가.

사람들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악의 모습은 어떨까 싶기도 해요. 그동안 저에게도 악한 역할에 대해 제안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그때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악역이 궁금해요. 어쩌다 그런 행위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에 대한 궁금함이 있어요.

98년도에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데뷔 초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있나.
제일 조심스러운 건 익숙해지는 거예요. 익숙해지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니까요. 항상 처음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아직도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 설레고 떨려요.

본인에게 채찍질하는 스타일인가.
힘들지만 희열을 느낄 때도 있으니까요. 만들어가는 과정보다는 스크린과 관객과 공유하고 전달하고 호흡하기 때문에 최대한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요. 관객이 공감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시길 바랄 뿐이죠.
`루시드 드림`은 고수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작품인가.
처음 시도해보는 소재의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죠. SF보다 현실에 닿아있는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루시드 드림`은 SF와 판타지 그리고 현실이 적당히 잘 버무려진 작품인 것 같아요. 다양함을 추구하는 욕심에 부합하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한국 영화에서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시도를 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큰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크지 않은 영화를 관심 있게 봐주시면 앞으로 다양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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