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 조현병 같은 정신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단 연구 결과가 예전에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고양이와 정신병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CNN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공립 종합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학술지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정신병 위험 요인인 기생충 톡소플라스마 곤디 (Toxoplasma gondii) 감염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영국인 5000명 가까이를 추적 관찰해, 임신 시기와 유년기에 고양이를 키운 것이 청소년기 정신병 증상 발현에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1991~1992년 사이에 태어난 영국인들을 18세까지 추적 관찰해, 13세와 18세에 정신의학과에서 정신병 증상을 검사했다. 관찰 대상의 어머니가 임신할 당시 고양이를 키웠는지, 관찰 대상자들이 성장할 때 집에 고양이가 있었는지 등 출생 정보를 토대로 잠재적 변수를 통제한 후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과거 연구에서 집고양이는 톡소플라스마 곤디의 1차 숙주로, 인수공통 질병 톡소플라스마증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 6000만명 이상이 톡소플라스마 곤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건강한 성인은 괜찮지만, 임산부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논문 주요 저자인 프란체스카 솔미 연구원은 “고양이는 톡소플라스마 곤디의 1차 숙주이기 때문에, 사람이 이 기생충에 감염돼, 조현병을 포함해 정신병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됐다”며 “하지만 이 연관성을 검토하는 연구 중 일부는 방법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연구진은 정신병을 앓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에게 모두 유년기를 추억하도록 질문해서, 회상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조현병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주거 밀도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지 않았다.
솔미 연구원은 “고양이 주인을 향한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고양이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험하기 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솔미 연구원은 “초기 변수를 미조정한 분석이 고양이 키우기와 13세 정신병 증상의 작은 연관성을 주장했지만, 다른 요인들 때문이란 것이 우리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 연구에도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연구대상의 톡소플라스마 곤디 기생충 노출을 직접적으로 측정하지 않았고, 기생충이 정신병을 유발한다고 해도 고양이 키우기가 분명하게 기생충 노출과 연관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진도 여전히 임산부가 고양이 배설물이나 흙을 만질 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UCL 주요 연구진인 제임스 커크브라이드도 “임신 중 톡소플라스마 곤디에 노출되면, 태아가 심각한 선천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아이가 다른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임산부가 계속 톡소플라스마 곤디에 감염된 고양이 배설물을 만지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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