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희 "이병헌 선배님께 도와달라고 외쳤어요" [인터뷰]

입력 2017-03-08 06:54  


데뷔와 동시에 걸그룹 원톱 자리에 올랐던 원더걸스, 그중 단연 눈에 띈 멤버는 소희였다. 앳된 얼굴이지만 개성 있는 마스크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더걸스의 `소희`였던 그가 이제는 `안소희`라는 제 이름을 찾고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새로운 영역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하트투하트` `부산행` tvN `안투라지` 등을 통해 냉혹한 세간의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맬지언정 가요계 스타에서 벗어나 신인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연거푸 도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진아를 연기했다. 진아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장에서 일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한국에 돌아오려고 했으나 불가능하게 됐다. 안소희는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 당시 그가 느낀 감정과 외로움 덕분에 진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고스란히 배역에 스며들어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부산행` `안투라지`에서 연기 혹평을 받은 그가 `싱글라이더`에서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제 몸에 딱 맞는 연기로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그지만, 아직은 연기 칭찬을 듣는 게 어색해 보인다. 그동안 그가 했을 고민, 생각을 들어봤다.
`싱글라이더`를 선택한 이유는?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너무 느낌이 좋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가 화려하고 큰 임팩트로 시작되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읽으면 읽을수록 잔잔하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는 정말 큰 임팩트를 주는 장면도 있었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등장할 때 제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유진아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와서 모든 돈을 한 번에 잃어버리고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학생이다.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나.
저는 진아가 굉장히 불쌍하고 짠하게 느껴졌어요.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고요. 진아는 평범한 10대 생활을 보낸 스물한 살 친구잖아요. 영화 줄거리와는 관계없이 진아가 호주에서 혼자 있었던 시간이 제가 원더걸스 활동 시절에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주위에 멤버들이랑 스태프가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쉽진 않았던 시간이었어요. 가족들과 떨어진 채 언어도 정말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간 거니까. 하지만 멤버들끼리 좀 더 돈독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감정 연기도 해야 하고, 대선배와 호흡도 맞춰야 했다. 걱정은 없었나.
사실 촬영하기 전부터 걱정은 많이 됐어요. 워낙 대선배인 두 분과 함께 연기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꼭 해야만 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걱정되고 긴장됐거든요. 너무 걱정스러워서 나중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괜히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내가 감히 연기에 껴도 될까?` 근데 막상 촬영 현장을 가보니 선배님 두 분이 배려를 많이 해줘 리딩을 하면 할수록 조금 더 편하게 촬영한 것 같아요.
이병헌과 합을 맞췄다.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해변가에서 진아가 재훈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있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중요한 장면인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그래서인지 많이 긴장하는 바람에 좀 헤맸거든요. 그때 이병헌 선배님이 "네가 진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날 돌아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진심으로 말을 해야 돌아볼 수 있고 관객들이 돌아볼 수 있다"고 조언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내가 여기 앞에 서 있을 테니 나한테 말하듯 연기해봐라"라며 카메라에 나오지 않으시는 장면에서도 꾸준히 도움 주셨어요. 그때 연기를 하면서 진아가 재훈에게 말하는 거 반, 제가 이병헌 선배님께 말하는 거 반을 실어 "도와주세요!" 하고 외쳤던 것 같아요.
이병헌이 칭찬을 많이 하더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하더라.
선배님께서 저를 좋게 봐준 것 같아 정말 놀라웠고 감동받았어요.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까지 드렸고요. 처음에는 되게 겁도 나고 주저도 됐거든요. 내가 감히 선배님께 여쭤봐도 될지, 따로 준비하시는데 내가 혹여 방해되는 건 아닐지... 그런데 선배님은 연기에 대해 질문드리면 항상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까지, 질문한 것 이상의 답변을 해주셨어요. 그 이후에는 제가 선배님께 좀 더 많이 여쭤보고 답변도 열심히 들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안소희 배우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던데.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에 그 얘길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잘해내고 싶었죠. 감독님이 상상했던 진아 캐릭터를 내가 잘 표현하지 못할까 봐 고민하고 신경을 썼죠.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고민이었나.

감독님과 진아의 전사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극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지나는 호주를 가기 위해 한국에서 알바를 해 돈을 모았고, 호주에서도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돈을 모았어요. 정말 열심히 산 친구 거든요. 아는 사람도 없는 외국에서 혼자 지내며 일했을 진아를 생각하니 짠하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던 만큼 아쉬움도 클 것 같다. 제작여건 때문에 여유롭게 촬영을 하진 못했다던데.
한 테이크 만에 끝내야 했던 장면들이 많았어요. 사실 아무리 많이 찍어도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까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싱글라이더`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영화를 보고 나서도 느꼈지만 관객에게도 똑같은 생각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있다면 뭘까? 저도 미국 생활하면서 저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했던 질문들이요. 저는 너무 일찍 활동을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잘 돼 바쁘게 지내다 보니까 저만의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많이 놓쳤던 것 같아요. 제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있잖아요. 그래서 이젠 좀 더 경험하고 즐겨보려고 해요. 진아처럼 배낭여행을 해본 적은 아직 없지만 나 홀로 여행을 꼭 해보고 싶어요.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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