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밝은 캐릭터, 가끔 지칠 때 있다" [인터뷰]

입력 2017-03-13 22:36  


배우 공효진의 행보가 흥미롭다. 로코퀸, 공블리라는 별명처럼 참여하는 드라마마다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영화에서만큼은 다른 면모를 보인다. `미씽`에서는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로 변신해 처절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싱글라이더`에서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섬세한 감정이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줬다. 브라운관보다는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그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면 우리가 알던 공효진이 맞나 싶다.


최근 개봉한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공효진은 재훈(이병헌)의 아내이자 새로운 꿈을 향해 다가가는 수진역을 연기했다. 영화가 재훈의 시선 위주로 흘러가기에 화면으로 드러나는 수진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공효진은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분량과는 상관없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너무 좋아서 한 번에 다 읽었어요. 원래 시나리오를 읽고 나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고 보완하고 정리할 부분이 눈에 보이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어요. 깔끔한 단편 소설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영화 시사회 때 아버지가 많이 우셨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실제로 호주에 나와 엄마를 보낸 기러기 아빠셨으니까 그때 생각이 나셨나 보더라고요. 30~40대 남성들이 이 영화에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수진은 어떤 인물인가.


처음에 감독님이 수진을 설명해주셨을 때 수진이 잊고 살았던 본인의 자아, 아이를 낳기 전에 자신이 꿈꿔왔던 일들을 호주에 가서 다시 한번 시작해보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뭐 그런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근데 저는 이 설명이 수진한테 되게 거창한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수진은 그냥 재훈의 아내라 생각해요. `캐릭터 적인 요소가 그렇게 필요한가? 인물이 평범할 수는 없나? 평범한 게 중요할 수도 있는 건데`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마음을 먹고 촬영에 임했기도 했고.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게 특이점들을 안 넣었던 것 같아요. 또 호주에서 촬영하면서 그 환경이 주는 나른함이 녹아 있기도 해요. 수진을 표현하면서 힘을 쫙 빼고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의 중심은 재훈이니까. 수진은 조력자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힘을 빼고 연기하니 더 편했나.


힘들었어요. (웃음) 모국어가 아닌 대사로 연기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미씽` 때는 중국어로 대사해도 상대 배우는 한국말을 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는데, `싱글라이더`에서는 상대배우가 영어로 말해요. 그 대사를 알아들을 순 있지만 내가 연기하면서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근데 2년산 영어예요. (웃음) 수진이 호주에 있던 시간이 2년이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 중 문법이 틀린 것도 있었어요. 일부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했죠. 2년밖에 없었으니 너무 어려운 문장들을 말하는 건 현실성이 없으니까. 근데 또 사람들이 아이도 2년밖에 없었는데 왜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수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했나.


수진에 대한 얘기가 좀 더 있었는데 편집됐어요. 호주에 아이와 함께 이사를 와서 그 많은 짐을 혼자 정리하는 그런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모두 편집됐더라고요. 사실 내가 어린 시절 호주에서 공부할 때에도 엄마가 그러셨었어요. 엄마 혼자 나를 호주에 데리고 와서 영어도 못 하시는데 학교 등록하고 그러셨거든요. 게다가 차까지 운전해서 학교에 데려다주셨어요. 그러다 큰 사고도 한 번 났었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인데, 그게 엄마니까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한국에서의 촬영분과 호주에서의 촬영분에서 보인 수진의 이미지가 참 다르다. 어떻게 연기했나.


이 영화는 촬영을 호주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한국에서 나머지 장면을 찍었죠. 호주 촬영하고 돌아온 후에 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웃음) 한국에서의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일부러 터틀넥 의상을 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묶었죠.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느낌을 주려고요.


흰 원피스 입고를 입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정말 멋있더라. 스틸컷도 멋있었다.


그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비싼 장면이에요. (웃음) 그 장면에서 입은 흰 원피스는 한국에서 내 몸에 맞춰 만든 옷이에요. 그 장면 이후에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지 못하니까 그때 시선을 분산시켜야 해서 등 노출을 했죠. 바이올린이 정말 어려운 악기더라고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지만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기껏 그 장면에서 연주할 곡을 연습했는데, 영화에서는 다른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그럴싸하게 나왔다고 해서 기뻤죠.


촬영하며 호주 유학 시절이 많이 생각났을 것 같다.


생각난다기보다, 내가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학창시절 이후 내가 유학한 곳에 다시 가보진 못했거든요. 살았던 곳에 왜 여행을 가나 싶은 마음이었죠. 한국에 돌아오기 전 본다이에 살았다고 엄마가 얘기하시는데 사실 난 잘 기억이 안 나요. 당시 나는 유학생이라 같은 학년 아이들보다 한 살이 많았어요. 그 상황에서 내가 좀 소극적인 아이였던데다 마침 사춘기라 추억 따위는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친구들과도 연락이 다 끊겼고요. 엄마는 그때 기억을 다 하시는데 나는 너무 기억이 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있죠.


영화는 인생을 한번쯤 돌아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배우 공효진으로서 자신의 연기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


어떻게 보면 연기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말 그대로 연기는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내지는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이미지는 `품행제로` `네 멋대로 해라` 같은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먼 와일드한 느낌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가족의 탄생`을 만나면서부터 연기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어요. `끝이 없구나` 이런 생각? `진짜 행복한 직업을 만났구나` 했죠. 이때가 아마 제 연기생활에 있어서 기점이 된 것 같아요.


`미씽, 사라진 여자` 이후 이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모두 감정 연기가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에 출연한 후 과하다 싶은 칭찬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에도 내가 한 역할이 적은데 칭찬을 해주셔서 놀랍고요. 두 작품 모두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좋은 작품에 협력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드라마 혹은 영화 고르는 기준이 있나.


드라마에서 나를 볼 때 대중의 시선은 많이 관대해진 편인 것 같아요. 내가 결정하는 작품에 대해 많이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대체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는 캐릭터를 고르게 돼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가끔 지칠 때가 있죠. 다 용서하고 참아내고 그런 캐릭터니까요. 그런 답답증을 영화로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전에는 영화 속 내 캐릭터에 대해 뭐라고 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예를 들어 `왜 포스터는 그렇게 찍었어요` `왜 겨드랑이 털이 나오는 장면을 찍었어요` 등의 얘기가 그래요. 그런데 `미씽, 사라진 여자`를 겪으면서 그런 시선도 좀 달라졌어요. 한매라는 캐릭터를 통해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한 것 같아요. 왜 그런 영화를 했느냐는 말도 안 들었어요. `싱글라이더`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분들이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공감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드라마에서 나를 보는 시선에 비해서 영화에서는 대중이 덜 관대하신 것 같긴 해요. 내가 나오는 영화들의 스코어가 말해주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일 년에 하나씩 드라마를 했는데, 나이를 생각하면서 의무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로코물에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지?` 하면서요. 그리고 자주 보여야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을 것 같고. 요즘엔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수가 많이 나오는 영화를 꼭 해서 스코어에 한 번 정도는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스코어에 상관없이 영화를 골라왔던 것 같기도 하고 저 요즘은 스코어 생각하면서 고르거든요. (웃음) 병헌 선배님이랑 한 것도 당연히 스코어가 잘 나올것이라 생각하고, 병헌 선배에 힘입어 300만, 400만 한번 해보자 했어요. 그런 의미로 다음 영화는 꼭 유해진 선배님과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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