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실패를 딛고 일어선 #서현역_브러시_아저씨의 성공스토리

지수희 기자

입력 2017-04-21 16:38  

지난 2월 홍대 뒷골목에 <서현역 브러시>라는 메이크업 브러시 가게가 문을 열었다.

영업시간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이지만 매장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뿐 아니라 문을 닫는 시간도 9시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장 안에는 아이쉐도우용 브러시, 파운데이션 브러시, 립 브러시 등 화장을 하는데 사용되는 수십여 가지 브러시가 진열돼 있었고, 한쪽에서는 SNS스타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가 손님들의 손등에 직접 브러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는 3년 전부터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근처 좌판에서 질 좋은 브러시를 저렴하게 팔기 시작하면서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에서 일부러 브러시를 사러 분당 서현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고, 뷰티 크리어에터들의 콘텐츠에도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의 콘텐츠가 자주 등장했다.

또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가 너무 유명해지면 제품이 다 팔릴까봐 걱정하던 팬들이 암호처럼 #서쪽현자라고 부르면서 아저씨는 `서쪽현자`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서현역 아저씨는 3년 만에 홍대에 매장을 오픈했다.

규모는 작지만 더 이상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서 손님들을 떨게 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는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를 홍대 매장에서 만났다.


(▲사진= 매장에서 브러시를 시연하고 있는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 (왼쪽))


# "다 내려놓으니 찾아온 행복"

아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외국계 회사가 한국시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아저씨는 과감히 자신의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때는 삼성처럼 거대한 종합상사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93년, 처음 개인 사업을 시작할 당시 가장 초기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불황을 타지 않는 아이템으로 브러시를 비롯한 여성 미용 용품을 선택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출된 브러시들은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L사와 D사에서도 판매됐다.

잘 나가던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 바이어들이 하나씩 도산하면서 발주 물량이 순식간에 줄어든 것이다.

아저씨는 "IMF때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웠지 외국 경제는 상황이 괜찮았고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수출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업황이 좋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외국 바이어들이 도산하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회상했다.

아저씨의 사업도 곤두박질 쳤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쓰다 2012년 그나마 남아 있던 것도 잃었다.

이듬해 겨울, 아저씨는 쌓여있는 브러시를 낡은 차에 싣고 길거리로 나섰다.

이대, 홍대, 숙대, 한양대, 건대 등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좌판을 열었지만 기존 노점상들의 텃세와 구청의 단속에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기를 6개월. 밀리고 밀려 분당선을 따라 내려와 서현역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 서현역은 아저씨에게 막다른 골목 같은 느낌이었다.

"더 이상 잃을게 없었어요.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죠. 다행이 찾아와준 손님들이 다 좋은 분이었어요. 자주 오는 손님들은 편의점에서 음료수도 사다주고, 추울 땐 핫팩도 사다주고..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했어요"


(▲사진 = 서현역 브러시 아저씨가 서현역에서 브러시를 팔던 때 모습)

아저씨는 그렇게 서현역에서 세번의 겨울을 보냈다.

특히 두 번째 겨울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상 떨어질 정도로 유난히 추웠다.

아저씨는 "나도 나지만 학생들이 추위에 떨면서 브러시를 고르는 모습을 보니 매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에게 지역을 추천받고 친구에게 자금을 지원받아 지금의 홍대 매장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맞춤형 상담과 아낌없는 서비스 `대박비결`

서현역 브러시를 찾는 손님들은 특히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에 감동한다.

개인별 피부타입이나 소유한 화장품에 따라 꼭 필요한 브러시를 추천해주고 사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방식이 먹혔다.

아저씨는 "화장품과 브러시에도 궁합이 있다며, 팩트가 베이크드 타입인지, 크림타입인지에 따라서 사용하는 브러시도 달라야 하고, 브러시에 형태에 따라 세우거나 눕히는 등 사용법도 다를 뿐 아니라 여드름 피부의 경우 인조털을 피해야 하는 등 직접 브러시를 제작을 하면서 아는 지식들을 알려준 것이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SNS에는 "산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는 포스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 브러시를 몇 개씩 얹어준 것도 아저씨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다.

멀리서 와서, 자주 방문해서, 오래 기다려서, 마지막 손님이어서 등등 서비스의 이유도 정말 다양하다.

아저씨는 "손님들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 오는 학생 손님이 많다"며 "멀리까지 와주니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만든 제품인데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직구를 해서 쓰는 손님을 본적도 있다"며 "좋은 제품을 싸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 인스타그램 `서현역 브러시` 포스팅 화면 캡쳐)

# "다시 무역업 시작할 것"

10년 전, 아저씨는 이탈리아, 미국, 홍콩, 두바이 등 전 세계 수출 박람회를 돌아다녔다.

아저씨는 다시 그들을 만나 수출상담을 할 계획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여전히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국제품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바이어와의 관계가 아저씨의 재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저씨는 "저는 원래 무역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역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은 질 좋은 한국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발로 뛰어 홍보하면 수출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또 내수시장을 위해 다른 지역에 2,3호 매장을 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아저씨는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의 고생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한 두 개 정도 다른 지역으로 매장을 늘리고 싶다"며 "서현역에서 이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손님들에게 오랫동안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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