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제맥주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수제맥주를 맛 보기위해서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 수제 맥주전문점을 찾아가야 하는데요.
이 모든 것이 수제맥주 성장을 가로막는 답답한 규제 탓입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IT벤처 위주로 투자하던 뭉칫돈이 수제맥주로 몰리고 있습니다.
IBK캐피털은 지난해 더부스브루잉컴퍼니에 30억 원을,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는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에 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미국이 18%의 마켓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겨우 0.1% 남짓이어서 성장성을 높게 보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뭉칫돈과 함께 수제맥주의 인기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주세법과 유통규제 탓에 산업의 성장은 가로막혀 있습니다.
수제맥주업체가 꼽는 가장 큰 걸림돌은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종가세’입니다.
원료인 주정은 물론 술에 들어가는 첨가 재료, 병과 포장재,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포함해 72%라는 고율의 세금을 매깁니다.
종가세를 유지하는 한 양질의 술을 개발할수록 세금 부담은 늘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을 갖기란 요원한 셈입니다.
<인터뷰> 임성빈 바이젠하우스 대표
“소규모 맥주 업체는 노동집약적인 부분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술을 만드는 업체에 비해 제조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주세체계는 제조 원가에 해당되는 부분에 과세를 하고 있어서 똑같은 맥주라고 하더라도 대형업체보다 주세부분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규모 맥주의 슈퍼마켓, 할인점 등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고, 주류제조에 허용되는 원료와 첨가물 범위를 확대한단 계획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규제인 ‘종가세’(출고가격 기준 과세)를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은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소매점 유통을 허용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제맥주 종료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수제맥주는 특성상 냉장유통을 필요로 하는데, 유통을 담당하는 주류 상사 300여 곳 가운데 냉장유통 설비를 갖춘 상사는 단 10곳뿐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책이 김빠진 맥주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맥주업체도 다양하고 깊은 맛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철 한국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국내에 수입맥주가 800여종으로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대기업 맥주들이 라거 타입 맥주다 보니 소비자들이 식상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국내 소규모 주류제조업체를 통한 수제맥주의 제조가 수입맥주의 다양성에 같이 부응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료 사용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대기업보다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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