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역적: 백성들을 훔친 도적`에서 연산군 역할을 맡은 김지석. 그는 뻔하지 않은 연산군을 보여줬다. 광기 어린 폭군 연산과 그런 광기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면서 연산이라는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완성시켰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그를 만나봤다.
Q. 요즘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A.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난다. 본집에 갔다 왔다. 연산군은 어머니도 죽었고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았다. 나는 굉장히 화목하게 자라서 그런 점이 나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연산 연기를 하는 동안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 불효를 저질렀다. 그래서 끝나고 부모님을 뵙고 시간을 보냈다.
Q. 7개월 동안 방송을 하면서 부모님이랑 연락 안 했나?
A. 그랬다. `원래 나를 좀 버려야겠다` 싶어서 부모님을 버렸다. 기존에 대중들에게 인식된 나의 이미지도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연산은 나와 너무 달랐다. 나의 에너지가 50이라면 연산은 -50이다. 그래서 100을 변화시켜야 연산이 될 수 있었다. 많이 덜어내고 비워내야 했다. 감독님이 왜 연산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 폭정에 광기에 미친 왕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다.
Q. 지금까지 배우 김지석이 보여준 모습이랑 달랐는데 연산을 선택한 이유는?
A. 30대 배우라면 연산을 다들 탐낼 거다. 당연히 하고 싶었는데 잘 해내고 싶기도 했다. 다른 연산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연산이 되기보다는 `연산이 나에게 입혀지면 어떤 모습일까`에 초점을 맞췄다. 준비를 많이 했다. 장구도 배워보고 여러 가지 책도 찾아봤다. 심리적인 이론에 기반을 해 역사적인 프로파일링한 책이 있더라. 그걸 보면서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Q. 이미지 비틀어보고 싶다던데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A. 나는 늘 열려있다. 연산이 욕심이 많이 났다. 이제 왕 이하 역할은 못 할 것 같다.
Q. 방송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역적`을 두고 `인생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했었다. 된 것 같나?
A. 나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그 당시 연기한 장면은 고작 한 장면뿐이었다. `역적`이 잘 될거라는 건 알았지만 연산이 나의 인생 캐릭터가 될 거라는 것은 확실하지 않았다. 일단 내뱉고 그걸 지키려고 했다. 예언자로서 세 번째 작품에서 말을 잘 해야할 것 같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건가?
A. 작품 선택할 때는 심플하다. `대본이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가 첫 번째다. 그리고 `내가 맡은 캐릭터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확실한 캐릭터인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인가`를 따진다. 그것만 오케이가 되면 나는 열려있다. 주, 조연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모두.
Q. `역적` 감독님이 열정이 많아서 강행군으로 일정을 했다고 들었다. 매일 아침 모여서 대본 리딩을 했다고 하던데, 생방송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그럴 시간이 있었던 게 정말 신기하다.
A. 감독님의 역량인 것 같다. `역적`이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같다. 1회~30회까지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리딩을 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감정을 쌓아갔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Q. 같이 호흡 맞춘 배우 중에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는 누군가?
A. 이하늬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다. 연산이 녹수에게 기댔던 것처럼 김지석도 이하늬에게 많이 기댔다. 캐릭터 따라가는 것 같다. 성격이 워낙 좋아서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 나를 보필해줬던 것 같다.
Q. 본인에게 역적이란?
A.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된 작품이다. 나에게 인생 드라마, 인생 캐릭터가 된 게 감사하다. 다른 시청자들에게 나의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Q. 이제 김지석의 다른 꿈은 뭔가?
A. 또 좋은 캐릭터, 작품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
Q. 어떤 수식어로 불리고 싶은가?
A. 연기하는 사람에게 연기 잘한다는 칭찬 외에 더 좋은 게 있을까? 대중들이 나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서 깼던 것처럼 다른 작품을 통해서 또 도전하고 싶다. 보는 재미를 선사해주는 게 내 몫이다.
Q. 올해 계획은?
A. 하반기에 좋은 작품 하나 더 하고 싶다. 가을쯤? 나는 지금 무지 사랑을 하고 싶으니까 현대극 로코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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