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선택받지 못했던 시간의 갈증을 지금 풀고 있어요"[인터뷰]

입력 2017-06-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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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의 매력을 재발견한 작품이 있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귓속말`이 바로 그것.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 묵직한 작품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었던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귓속말`에서 권율은 `법비` 강정일을 연기했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권율에게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고, 강정일이란 옷을 입은 권율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 옷이 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최근 맥심은 서울 모처에서 그를 만나봤다.
Q. 시청률 20%를 넘기고 종영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시청률 20%라는 게 수치일 수도 있지만, 같이 고생한 스텝들이 마음적인 보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소중한 수치로 남을 것 같다. 나 또한 기쁘고, 좋은 수치의 드라마를 했다는 게 감사하다.
Q. 장르가 무거워서 촬영이 힘들었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A. 맞다. 대본 장르가 좀 무거웠다. 대사의 의미나 어휘가 쉽게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대사에 이중, 삼중 의미가 있었다. 대본을 한 번 보고서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님이 의도한 대사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의심이 됐다. 대본을 계속 의심하고 그랬다. 작가는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다른 드라마 대본보다 더 심도있었던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의 묘미가 있는 드라마다. 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고 그랬다. 확실하게 준비를 하려고 했다.

Q. 연기에 만족하나?
A.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그동안 너무 애썼다는 의미에서 내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연기라는 게 그렇다. 의도대로 되지 않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순간 진심으로 온전히 집중하고 표현하려고 애쓰려고 한다.
Q.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나?
A. 강정일의 어린 시절, 특징 같은 것을 내가 만들기도 하고 대본에서 찾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대본에 주어졌을 때 강정일의 성격을 구축한 것을 적용시켰다.
Q. `싸우자 귀신아`에 이어서 `귓속말`에서 악역을 연달아 했다. 두 캐릭터가 어떻게 다른가?
A. 드라마의 기능 상에서 둘 다 악역이다. 나는 크게 이번에 또 악역을 한다는 것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싸우자 귀신아`는 악귀가 씌이는 거고. 악행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강정일은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태어난 인물은 아니었다. 자신이 목표한 것에 방해가 되면 그 사람을 없앤다. 스스로를 컨트롤 하고 자신의 프로페셔널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Q. 강정일과 배우 권율 사이의 비슷한 점을 찾자면?
A. 계획적이고 치밀한 부분은 비슷하다. 머리로 계획을 실천하고 목표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 폭발적인 분노나 배려 없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다.

Q. `귓속말`을 하면서 목표는 뭐였나?
A. 이 드라마,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다는 게 원초적인 목표였다. 이 드라마에 악역이라는 포지션을 잘 소화하고 싶었다. 강력한 기운을 뽑으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싶은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Q. 쉽지는 않은 드라마였던 것 같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배우는 더 그랬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 혹은 가장 신경 썼던 게 있다면?
A.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상황들을 표현해야 하니까 그런 게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경험이 없어서 이정도만 할게요`라고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거다. `진짜 사람을 죽이고도 저럴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내가 진짜가 되지 않으면 브라운관을 뚫고 그게 전해지지 않는다. 화면을 뚫고 나올 수 있을 진짜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는지 나 자신을 항상 의심했다. 진짜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보다 두, 세배 힘든 감정을 해야 몰입이 된다. 그렇게 감정을 몰아가는 상황이 힘들었다. 드라마 장르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도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Q. 이 작품 메시지를 한 단어,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A. `귓속말`이라는 제목 자체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될 것 같다. 대본에 분명히 나오는 구절이 있다. `가장 사람들이게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 그 사람을 해하려는 귓속말`. 감언하고 모략하고 하는 그런 의미다.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작은 목소리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의미다. 작은 목소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쉬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
A. 데뷔를 하고 난 후에 나는 원하는 만큼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그 시간이 나름 길었다. 나의 20대를 다 넘기고 시작이 됐다. 그때 못한 갈증을 지금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한 시간에 대한 후회들이다. 지금은 일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계속하고 싶다.
Q.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틴 건가?
A. 나는 배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처음에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다. 불처럼 타오르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내가 배우를 못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타이밍이 나에게 안 오고 있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다`고 믿었다. 어린 마음에 `동료는 잘 풀리는데 나는 왜 안 그런가`라고 생각하면서 조급하기는 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Q.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하고 싶나?
A. 몸이 부서질 듯한 액션을 하고 싶다. 감정적이고 머리를 쓰는 작업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몸을 쓰고 싶다. 몸을 많이 쓰면 생각이 없어진다. 그런 걸 한번 해보고 싶다. 좋은 모습으로 곧 인사를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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