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자산매각’…한국 주가와 집값 급등세에 직격탄 되나?

입력 2017-06-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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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은 6월 Fed 회의가 끝나자마자 미국 학계와 월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보유자산 매각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규모로 추진될 것인가’ 여부다.

Fed가 금리인상과 별도로 보유자산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금리인상 과정에서 급증하는 이자부담으로 중앙은행 신뢰성이 훼손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240억 달러에 달하는 Fed의 이자부담이 보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최소 400억 달러에 육박해 Fed의 수지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높아지는 자산시장 거품 우려도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산시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가 지속돼 왔다. 특히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옴에 따라 다른 어떤 시장보다 증시에서 거품 우려가 높아졌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 평가기법으로 분석한 S&P 500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수익률 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Fed의 가치모형((FVM)을 통해 평가해보더라도 S&P500의 선행이익률이 국채 10년물 수익률 대비 약 2.2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1배에 근접하고 있다.



이밖에 트럼프 정부의 Fed 때리기도 의식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의회가 올 들어 처음 Fed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법안(Federal Reserve Transparency Act of 2017)을 발의했다. 핵심은 ‘부분 감사’에서 ‘전면 감사’, ‘사후 감사’보다 ‘사전 감사’를 더 강화하는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에 임기가 만료됐던 통화감독청(OCC)의 수장으로 한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일했던 조세프 오팅을 낙점했다. OCC는 재무부와 독립된 기관으로 Fed, 연방예금공사(FDCC)와 함께 3대 금융 감독기관이다. 벌써부터 Fed의 통화정책 추진에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권을 통한 Fed 때리기도 시작된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규제(혹은 감독)담당 부의장으로 유력한 ‘랜달 퀄스’다. 2010년 도드 프랭크 추진 이후 Fed의 부의장은 종전의 행정담당(스탠리 피셔)과 규제담당으로 이원체제로 운영돼 왔다. 금리결정권한을 갖은 Fed 이사가 겸한다.

랜달 퀄스의 통화정책 운용 잣대는 옐런-피셔의 ‘재량적(discretionary)’ 방식보다 ‘준칙(rule)’에 의한 방식을 선호한다. 밴 버냉키 전 Fed 의장과 옐런(당시 Fed 부의장) 의장의 최대 역작인 도드 프랭크 법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옐런 의장의 대형은행 해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견해다.

나머지 공석 중인 Fed 이사(공석 3명 중 한 명은 규제담당 부의장)도 속속 윤곽이 잡히고 있다. 월가에서는 사실상 내정된 굿 프렌트 카이네기 멜론대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8년 동안 예비공개시장위원회(Shadow FOMC)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버냉키-옐런의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통한 Fed 때리기의 피날레는 내년 2월말이 임기인 옐런 의장의 교체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전략가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에 대해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선거기간에는 ‘교체’, 취임 이후에는 ‘재임명’을 공언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당선 직후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우다가 취임 이후 가차 없이 해고시켰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으로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를 적임자로 보는 것은 ‘미국의 재건’과 같은 확실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버냉키-옐런의 재량적 방식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이 중립성만 지켜준다면 우선순위를 둘 재정정책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석 중인 Fed의 이사가 다 채워진다면 옐런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주요 통화정책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 Fed 회의가 옐런의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즉 ‘옐런의 반란(Yellon’s insurgency)’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

당초 예상보다 빨리 6월 Fed 회의에서 보유자산 축소 시기와 방식, 규모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월 Fed 회의 이전만 하더라도 ‘내년 1분기’에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봤으나 6월 Fed 회의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올해 9월’로 앞당겨졌다.

보유자산 매각 방식에 대해 일부 시장 참가자는 Fed가 자산 매각을 통해 빠른 정상화 과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닛 옐런 의장은 만기도래분과 조기상환분에 대한 재투자를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로로 중단해 나갈 방침을 강조해 왔다.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한 Fed가 강조하고 있는 정상화 원칙만을 토대로 적정보유자산과 매각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 여건과 통화정책 환경을 고려했을 때 Fed가 자산축소를 시작하더라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조 달러 내외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6월 Fed 회의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국채 6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억 달러를 월별 한도로 정하고 최종한도가 각각 300억 달러, 20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매 분기마다 60억 달러, 40억 달러씩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종한도 기준으로 내년에 2,000억 달러가 축소돼 같은 해 만기도래분이 4,3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 테이퍼링’에 해당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2013년 당시 밴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을 처음 언급할 당시 발생했던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재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Fed가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대규모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분명한 것은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할 경우 금리인상 때보다 신흥국에서 ‘테이퍼 텐트럼’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반드시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락되는 경우(그린스펀 수수께끼)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보유자산 매각은 시장금리를 직접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Fed가 출구전략(양적완화 중단->금리인상->보유자산 매각)의 최종단계인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면 자금이탈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신흥국은 한 단계 밑인 금리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이른바 ‘스텔스 테이퍼링’으로 우리처럼 외환위기와 ‘강남 아파트 불패론’과 같은 낙인 효과가 공존하는 국가에 필요한 정책이다.

6월 Fed 회의 이후 우리 내부에서는 ‘경기부양’과 ‘금리인상’을 놓고 우선순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부동산 과열, 높은 청년실업 등에 시달리고 대외적으로 자금이탈 등의 새로운 위험요인이 가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책목표와 수단을 같이 가져가는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에 의한 정책 조합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거품(가계부채 포함)과 자금이탈 대책은 통화정책으로 가져가고,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은 재정정책, 핫머니 유입과 과다 원화 절상 방지는 국제통화기금(IMF)가 권고하고 있는 ‘영구적 불태환 정책(PSI)’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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