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김수현 “뱉어내고, 불태웠다” (인터뷰①)

입력 2017-06-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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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김수현은 28일 개봉한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 제작 코브픽쳐스)을 “내 20대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불필요해보였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때문에 영화 공개 이후 쏟아지는 혹평에 가슴 한켠이 아리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느와르다. 김수현은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그와 이름도 얼굴도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 역을 맡았다. 데뷔 후 첫 1인2역이다. 보스 장태영이 강렬하다면 투자자 장태영은 의뭉스럽다. 김수현의 연기력이 빛난다. 같은 장태영이지만 전혀 다른 장태영이 완성됐다. 여기에 김수현은 액션은 물론 강도 높은 노출과 정사신(SCENE)까지 감행했다. “뱉어내고 불태웠다”는 김수현이 밝힌 영화에 대한 리얼한 이야기.


10. ‘리얼’의 어느 점에 끌렸나?
김수현 : 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상하게 대본을 봤을 때 내가 해야 할 숙제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끌린다. ‘리얼’은 숙제가 많았다.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촬영에 들어간 다음에도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다. 그러나 욕심이 났다. 두 명의 전혀 다른 장태영과 그 두 명이 자아 분열을 하면서 또 다른 인격을 만들었다. 여러 가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

10.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헷갈리지는 않았는지?
김수현 : 캐릭터를 분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고생스러웠다. 생각보다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내가 말하고 답을 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신이 났는데 에너지가 2~3배로 빨리 닳더라. 그럼에도 신이 났다.

10. 영화가 공개된 뒤 ‘어렵다’ ‘난해하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김수현 :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한다. 영화를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는 당연히 센 장면들에 주위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해석이 틀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센 장면의 힘이 빠지면 극 속에 숨겨진 장치도 드러나고 관객들도 알아봐주지 않을까한다. 나 역시도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리얼’은 실타래의 끝과 끝만 찾아내면 일자로 펴지는 작품이다. 많은 힌트들이 숨어 있다. 제목은 ‘리얼’이지만 가짜들의 이야기를 본 것이다.

김수현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10. 노출, 액션, 정사신 등 배우로서 소화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았다.
김수현 : 액션에 무용을 결합한다거나 마약을 하는 건 내가 해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상상으로 만들어야 해서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반대로 그냥 내가 상상해서 연기를 해버리면 그게 정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갔다. (‘별에서 온 그대’ 속) 외계인도 그랬었다.

10. 처음에 투자자 장태영은 가면을 쓰고 있어서 목소리로만 특징을 보여줘야 했다. 목소리 톤이 다소 튀었다.
김수현 : 보스 장태영의 기본적인 태도는 상대를 눈빛이든 목소리든 잡아가둔다는 것이다. 가면 쓴 투자자 장태영은 재수가 없다가 기준이었다. 재수 없게 보이려다 보니까 목소리 톤을 다소 튀게 표현했다. 가면을 써서 얼굴도 이상한데, 목소리나 제스처 때문에 더 재수 없게 보였을 것 같다.

10. 어떤 캐릭터가 더 잘 맞던가?
김수현 : 개인적으로는 투자자 장태영이 더 잘 맞았다. 투자자 장태영은 따라쟁이다. 보스 장태영을 계속 놀리고 자신의 손 안에서 가지고 놀려고 한다. 보스 장태영은 딱딱하고 남성적이고 센데, 비릿한 투자자 장태영에게 계속 진다. 그게 매력적이었다.

10. 최진리(설리)와는 베드신을 찍기도 했다. 처음으로 연기를 했는데, 호흡은 어땠는지?
김수현 : (최)진리가 생각보다 의욕적이라서 놀랐다. 작품으로 만나기전에 진리가 어떤 말투인지, 또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실제로 호흡을 맞춰 보니까 진리는 사람들과도 금방금방 친해지고 털털한 면이 있었다. 연습하는 과정에서나 현장에서 궁금하거나 막히는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풀어 나갔다. 대화하기가 굉장히 편했다.

김수현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10. 후반부에 액션과 무용을 결합한 연기를 보여줬다. ‘드림하이’ 당시 무대 울렁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는데, 극복이 된 건가?
김수현 : 울렁증은 극복되지 않았다. 촬영 도중 급하게 안무를 짜서 시작했다. 마음고생을 했다. 그것보다 내가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갑자기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놀라셨던 게 아닐까 한다.(웃음)

10. 수지랑 아이유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수지는 온 몸에 타투를 한 타투이스트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는데.
김수현 : 정말 가볍게 혹시 시간 되면 카메오 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흔쾌히 OK 답변을 줬다. 수지의 촬영은 대전 세트장에서 이뤄졌다. 촬영에 들어가기 여섯 시간 전에 와서 문신 분장을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라고 말하더라. 무조건 고맙다고 말했다.(웃음)

10. 김수현이 설명하는 ‘리얼’은?
김수현 :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극 중 투자자 장태영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태도가 있는데 바로 상대를 관찰을 하는 거다. 어떤 동작을 하든 상관없이 눈은 계속해서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바라본다. 그런 식으로 관찰해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관객들이 보고 싶은 걸 보면 될 것이다.

10. ‘리얼’이 20대 대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현 : 20대를 보내며 습득했거나 학습했거나 느꼈거나 만들어냈거나 이뤄낸 모든 것들을 ‘리얼’에서 써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다시 하라면 이것보다 못할 자신 밖에 없다.(웃음) 한 캐릭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봤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끝을 보여줬던 작품들은 없었다. 오히려 많이 아꼈었다. ‘리얼’에서는 뱉어냈다. 뱉어내고 모두 불태웠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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