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의 神] 미트박스 "치킨의 원가를 알려주마"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7-03 17:39   수정 2017-07-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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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의 용산 전자상가는 복마전이었다. 손님들에게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는지`를 묻는 점원들이 용산 상가의 명성을 쌓아갔다. 부정적인 명성이었다. 70만원짜리 디지털 카메라가 어리숙한 손님에겐 100만원으로 둔갑해 팔려나갔다.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악명은 지속됐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복마전은 축산물 유통 시장이다. 고깃집 주인들은 원가를 알 길이 없다. 고기의 `진짜 원가`는 수입업자와 몇몇 도매업자 사이에서만 비밀스럽게 거래되는 정보다. 원가정보를 틀어쥔 유통업자들이 많을수록 `가격 널뛰기`는 심해진다. 이런 유통 구조의 판을 흔들 기업이 있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서영직 미트박스 대표(사진 왼쪽, 김기봉 대표 : 오른쪽)는 용산 전자상가가 바뀐 것처럼, 미트박스를 통해 국내 축산물 유통시장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치킨 비싸게 먹지 마세요"...미트박스의 꿈

미트박스는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이다. 축산농가나 육류수입업체 등 판매업체가 미트박스를 통해 축산물을 등록하면, 정육점이나 고깃집 등에서 유통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물건을 거래한다. 미트박스는 이들을 연결해 일정 퍼센트의 수수료를 받고, 물류센터를 통해 신선 배송까지 담당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축산농가와 정육점을 바로 연결해주는 것만으로 고기 값을 기존 유통구조와 비교해 약 15%에서 3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기존 축산물 유통 구조와 미트박스의 직거래 시스템을 비교하면 가격이 낮춰지는 구조가 분명해진다. 수입업체로부터 국내에 들어온 고기는 먼저 첫 번째 도매상을 거친다. 도매상들은 5%에서 10%정도의 마진을 붙인 뒤에 조금 더 작은 지역별 도매상에 고기를 넘긴다.

이 고기들은 또다시 조금 더 규모가 작은 소매상으로 유통한다. 여기서 두 자릿 수 대의 마진율이 얹어진다. 최초 도축 이후 정육점으로 고기가 도착하기까지, 간략하게 봐도 다섯 단계가 필요했다. 직거래는 이를 두 단계로 줄일 수 있다. 유통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도 내려간다.

미트박스의 직거래 시스템은 우선 소상공인들에게 이익이다. 치킨가게의 경우 보통 매출 대비 원재료비가 약 43%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재료비의 약 60% 정도가 닭 값으로 알려져 있다. 월 매출 1,800만원인 치킨가게의 경우 미트박스를 이용하면 최대 140만원 정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미트박스 측의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편익도 커질 수 있다. 미트박스는 육류 가격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외상거래도 차단한다. 구매자가 먼저 `선충전 시스템`으로 돈을 입금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 주목한 파괴적 혁신...100억원대 투자 유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축산물 시장은 2015년 기준 연 26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육점과 소상공인 매장에 들어가는 육류는 13조원 규모다. 미트박스가 직접적으로 타깃으로 한 시장이다. 창업 당시 월 3억원 정도였던 거래액은 현재 100억원 정도로 성장했다. 한 달에 1,200톤 정도가 미트박스를 통해 거래되고, 2017년 3월 기준 식당 고객은 1만8,500여곳, 정육점 고객은 1,500여곳으로 2만여 구매회원을 확보했다. 미트박스가 내놓은 단기 목표는 이 시장에서 2019년까지 시장 점유율 5.7%. 3년 내에 연매출 7,000억원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식당과 정육점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사업 모델이 O2O서비스와 접목해 최종 소비자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트박스의 최소 거래단위는 1box, 약 15Kg~30Kg정도로 개인이 구매해 소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고객으로 확보한 정육점과 계약을 맺고 이들은 판매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1인분 단위의 판매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벤처캐피털들도 미트박스가 바라본 `블루오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30억원대 투자를 시작으로, 미트박스는 현재까지 1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트박스가 바라본 `블루 오션`...유통 시장 투명화 이끈다

미트박스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순기능을 이용해 시장을 파고든 서비스다. 이같은 직거래 플랫폼의 성장으로 그동안 `깜깜이 유통`이라고 비판받았던 축산물 유통 구조가 개선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유통 구조 개선은 소비자들에게는 장바구니 물가 절감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새로운 플랫폼과 결합한 O2O서비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영직 대표는 축산에서 시작한 미트박스 플랫폼이 나중에 공산이나 수산품같은 다양한 품목으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합 식자재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내다본다는 뜻이다.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있지 않아 자유롭게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특성은, 대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스타트업만의 장점이다. 깜깜이 축산물 유통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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