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 오달석 박사 연구팀과 대전대 한의과 손창규 교수 연구팀은 전국 10개 한방병원 입원환자 1천1명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에 따른 간 손상 관찰연구를 수행한 결과 6명(0.6%)에게서 간 손상이 발견됐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50세 이상 여성으로, 약물 자체의 내재적 독성과는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1천명 규모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간 손상 임상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 양방병원에서 천연물의약품(herbal medicine)의 간 독성 연구가 수행된 바 있으며, 발생률은 스위스(1.4%), 프랑스(1.3%) 등으로 나타났다.
기존 한약 간 손상 연구는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외래 환자가 포함돼 있어 음주 등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한방병원에 15일 이상 입원한 환자 1천1명(남자 360명·여자 641명)을 대상으로 동의를 얻어 주로 한약만을 투약하면서 혈액 검사를 통해 간 손상 발생률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간 손상이 나타난 6명의 50대 여성은 모두 내재성 독성(약물 자체의 독성)이 아닌 특발성 독성(복용한 사람이나 당시의 환경·조건과 상관성이 높은 독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 이들이 복용한 한약물에는 간 손상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알려진 `피롤라이지딘 알카로이드`가 함유돼 있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간세포형 간 손상이 확인됐지만 별다른 임상 증상은 없었으며, 시간에 따라 간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달석 박사는 "한약 복용 용량이 많아지면 간 손상에 따라 값이 커지는 알라닌 아미노 전달효소(ALT) 수치도 따라서 올라가야 하지만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전에 복용했던 고지혈증약 등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공은 물론 향후 한의학 분야 다양한 임상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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