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가장 먼저 부처별 핵심 정책을 챙긴 곳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였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있죠?
<기자>
그만큼 정부가 과학 기술과 통신, 방송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과학기술정통부는 그동안 정부 정책과 국민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분야인 기초과학의 연구 역량을 늘리고 4차산업혁명 대응에 나서기 위한 정책을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적 관심사항인 통신비 인하 정책은 보고에서 빠져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앵커>통신비 인하는 왜 핵심과제에서 빠진 것으로 봐야 합니까?
<기자>
정부측은 처음부터 통신비 인하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넣겠다고는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통신비 인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미 나온 바가 있고, 이번에는 미래 먹거리 위주로 했다는 설명인데요. 석연치는 않습니다. 통신비 인하안과 같이 국정위에서 이미 이야기가 나온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이번 업무보고에서 핵심정책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간 통신비 인하를 업무보고와 연관지어 이야기해온 유영민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더 그렇습니다. 유 장관은 지난 16일에는 통신비 인하안과 관련해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 만나 이통사와 협의를 끝내는 게 내 욕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통사와 협의를 끝내면 대통령 업무보고에 통신비 인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뉘앙스였죠. 또 과기정통부가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을 높여주겠다는 행정처분을 발표한 것도 업무보고 직전인 18일 금요일입니다. 업무보고 직전까지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강행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 일정들이었습니다.
<앵커>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과기정통부가 통신비 인하안을 계획대로 완성하고 이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발표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데요. 그런데도 빠졌다면 통신비 인하가 정부 생각대로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과기정통부가 현재까지 추진한 통신비 인하안이 대통령에게 자랑스럽게 보고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대통령에게 자랑스럽게 보고할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는 처음에 통신 기본료를 폐지하겠다고 했었죠.
<기자>
네. 원래 국정위가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건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없애겠다는 거였습니다. 당시에도 법적 근거 없는 상당히 무리한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고요. 그 대신 추진된 것이 현재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안입니다.
<앵커>지금은 신규가입자들만을 대상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겠다는 거죠?
<기자>
과기정통부가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은 기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도 할인율을 올려주겠다는, 소급 적용을 해주겠다는 안이었는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대론이 정부 내부에서도 있었습니다. 진통을 겪은 끝에 과기정통부는 기존 가입자는 놔두고 신규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할인을 더 해줘라, 라는 통보를 이동통신사에 보냈습니다.
결국 법적인 검토와 시장의 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통신사 손목 비틀기 식으로 통신비 인하안을 추진하려다 업무보고에서도 빠지는 사달이 난 것이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는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내놓은 것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지금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죠.
선택약정할인율을 상향하면 현재 1,400만명의 약정할인 가입자가 1,900만명으로 늘고, 약 1조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인데 1조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라고 하면, 반대로 말하면 이동통신사들의 수익 감소가 1조원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기업이 받는 타격에 비해 소비자들의 효용이 얼마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합니다. 1조원이라는 돈을 잘게 나눠서 개인에게 얼마만큼의 혜택이 가는지를 봐야 할 텐데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금제는 6만원 대의 LTE 데이터 요금제라고 합니다. 계산대로라면 6만원대 데이터를 쓰는 사람들이 새로 단말기를 개통해 같은 요금제로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지금보다 3천원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4만5천원대 요금으로 가입하면 할인액은 2천원 더 늘어납니다. 싼 요금제를 쓸수록 할인액은 줄어들게 되겠죠.
지난 정권에서 전국민 대상 기본료 1천원 인하를 했을 때, 국민의 70% 이상이 통신비 인하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선택약정가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인하안이 기본료 1천원보다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국민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통신비 인하 정책이 목표 달성은 제대로 못하고, 기업 부담만 가중시켰던 예전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요.
<기자>
아까 잠깐 말씀드린대로 이통3사들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실제 법정까지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규제 산업인 통신업의 특성상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소송과 같은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경영진이 주주 배임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 통신사들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정부가 할당하는 주파수를 사용해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은 예측이 가능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 주주가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 이통 3사의 경우 경영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정부가 나서서 차단하는 지금의 모양새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로도 비쳐질 수 있습니다.
<앵커>알겠습니다. 산업부 신인규 기자와 함께 대통령 첫 업무보고와 관련한 이슈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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