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피는데 '니코틴 과다'로 숨져...살해범은 누구?

입력 2017-08-29 05:01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2일 오후 11시께 오모(53)씨는 남양주시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숨졌다.

이를 부인 송모(48)씨가 발견했다. 송씨는 이례적으로 119 구급대나 경찰이 아닌 장례지도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송씨가 서둘러 장례를 치르려 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오씨의 시신을 부검했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 안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1.95㎎/ℓ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을 의심해 수사에 착수, 즉시 송씨와 내연남 황모(47)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송씨는 오씨와 6년 간 함께 살고도 오씨 사망 두 달 전 갑자기 혼인신고를 했고, 내연남 황씨는 오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니코틴 원액을 산 점 등을 확인했다.

송씨가 황씨에게 1억원을 송금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4개월 수사를 벌여 둘을 검거했다.

송씨는 지난해 8월 17일 국외로 나가려다가 출금돼 집으로 돌아와 체포됐고, 외국에 머물던 황씨는 하루 뒤 일시 귀국했다가 붙잡힌 뒤 구속됐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황씨가 인터넷으로 니코틴 치사량,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점, 자신의 컴퓨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한다며 기존 데이터를 삭제한 점, 오씨 사망 직후 황씨가 미리 파악해 둔 장례업체 전화번호를 송씨에게 전송한 점 등을 확인했다.

8억원 상당의 오씨 재산은 얼마 안 돼 송씨에게 상속되거나 처분됐다.

모든 정황과 증거는 송씨와 황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결국 둘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건강한 사람이 집에서 4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고 시신에서는 다량의 약물이 검출됐는데, 집 안에는 부인과 정신지체 딸밖에 없었다"며 "이 사건은 치정에 의해 상속 재산을 노린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이 명쾌하지 않다. 직접적인 살해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씨는 법정에서 "남편이 왜 죽었는지 모르고 황씨는 내연남이 아닌 환전업 파트너로 송금한 1억원은 투자금"이라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황씨 역시 "금연하고자 전자담배를 피우려고 액상 니코틴을 구매했고 사업 파트너여서 송씨의 집을 드나들었을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11개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혐의를 입증하고자 법의학자, 대검 심리분석관 등 수많은 전문가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증인들도 송씨와 황씨가 범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정작 숨진 오씨의 몸 안에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밝히지 못했다. 오씨의 몸에는 주삿바늘 자국도, 피부에 붙이는 패치 자국도 없었다.

결국 입으로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오씨가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액상 니코틴이 혀끝에 닿으면 타는 듯한 느낌이 난다는 의견이 있어 의심을 배제하기에는 부족하다.

송씨와 황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은 `망인 몰래 혼인신고하고 살해 후 상속 재산을 가로챘다`와 `니코틴을 주입해 살해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그러나 검찰 역시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주입했다고 하는 등 살해 방법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국내 니코틴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외 사례도 천차만별이어서 살해 방법이 입증되지 않은 살인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의 선고에 앞서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혐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결심 공판 기일은 애초 7월 18일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권으로 결심 공판을 4차례나 연기하면서 피고인과 증인 신문을 진행, 유죄 여부를 살폈다.

이날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송씨와 황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둘은 최종 변론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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