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력이 국력] 다트 애호가, 400억원대 다트 전문기업의 영업팀장 되다

유오성 기자

입력 2017-08-29 19:20   수정 2017-08-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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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 홍인터내셔날 영업팀장의 인생역전 스토리-


신촌과 홍대, 강남 등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거리를 걷다보면 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엔 운동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술집 구석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이 스포츠만 취급하는 전문 매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볼링장과 미용실, 심지어 회사 휴게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창던지기와 양궁을 섞어놓은 듯한 이 스포츠는 국내에서 급성장 중인 전자다트다.

국내 전자다트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홍인터내셔날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직원이 있다. 전자다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대한민국 다트 시장의 초석을 닦아놓은 인물이다. 음지의 다트를 양지로 이끌어내고 이제는 다트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고준(44) 홍인터내셔날 영업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 사진 = 고준 홍인터내셔날 팀장)

◆ 다트 불모지서 탄생한 `다트 고수`

홍인터내셔날은 전자다트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토종 업체다. 전세계 28개국에 전자다트 기계를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보단 해외 매출비중이 높다. 지금은 국내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10년 전 한국은 다트 불모지였다.

한국에 전자다트 제조기지를 둔 홍인터내셔날은 지난 2005년 본격적인 국내 다트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트대회를 열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대회인 만큼 전국의 실력자들을 모을 필요가 있었고 다트 고수로 소문난 고준 팀장은 섭외 대상 1순위였다.

당시 서울 연신내 부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고 팀장은 여러차례 대회 참가 권유를 받았지만 사정상 참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 팀장의 실력을 높이 평가한 홍인터내셔날 직원의 끈질긴 설득 끝에 고 팀장은 결국 대회 참가를 결정했다. 예상대로 대회 우승을 거머쥔 고 팀장은 기세를 몰아 연간 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취미로 시작한 다트지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다보니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당시 회사에서 연간 랭킹 3위 안에 들면 일본에서 열리는 다트대회 참가자격을 줬습니다. 그 때 제 마음 속엔 일본 가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대표님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힐 생각이었죠."

고 팀장의 일본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프로도 아닌 더군다나 경력도 오래되지 않은 선수가 대번에 16강까지 올랐다. 3천 명이 모인 스타디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하지만 당시 바쁜 일정 탓에 선수로 키워달라는 부탁을 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렇게 3주가 지났을 무렵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지금 회사의 임원이 찾아와 선수생활을 권유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일이 벌어진 셈이라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장사가 잘 되면서 가게를 큰 평수로 옮긴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어요. 사실 그 때 제안 받은 연봉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죠. 그런데 제 귀엔 연봉이나 계약조건은 안 들어 오더군요. 다트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가게를 청산하고 들어갔죠."


(▲사진 = 다트 선수 시절 고준 팀장)

◆ 다트를 얕본 체대 졸업생의 굴욕

데뷔 첫 무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고 팀장이지만 다트를 시작한 계기는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어린시절 일찍 뛰어든 사회 생활을 통해 모은 돈으로 서울 연신내의 작은 모던 바를 인수했다. 당시 술집을 운영하던 지인이 중국을 가겠다며 내놓은 가게를 고 팀장이 사들였고 그 곳에서 전자다트를 처음으로 만났다.

가게를 열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 그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가게를 방문한 외국인 손님이 다트를 보더니 고 팀장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호기롭게 받아들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0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다트를 너무 얕봤던 거죠. 감각이 좋고 운만 따르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트도 실력을 쌓아야 하는 엄연한 운동인 걸 그땐 몰랐습니다."

대학교를 체대로 진학할 만큼 운동에는 자신있었지만 다트는 다른 분야였다. 분한 마음에 직원들 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 일할 준비를 마쳤다. 남은 시간은 모두 다트 연습에 매진했다. 내기에 재미가 들린 외국인이 계속해서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핑계를 대며 대결을 피했다. 한 달 동안 매일 연습한 끝에 자신감이 붙었고 외국인과의 재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10번을 대결해 7번을 이겼습니다. 마치 중요한 경기에서 이긴 것 처럼 소름이 돋더군요. 저는 운동을 전공했잖아요. 그래서 술을 많이 먹고 집에 가는 길이면 `이래도 되나`라는 회의감이 가끔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트를 던질 때 만큼은 그런 잡념들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 사진 = 피닉스 스타즈 창단식)

◆ 다트인들의 로망 `스타즈`를 만들다

회사에 합류한 고준 팀장의 업무는 대중에게 다트를 알리는 일이었다. 낮엔 연습을, 밤엔 다트 기계가 설치된 전국의 업장을 돌았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국내외 대회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론 부족했다. 국내 다트 시장은 아직 작았고 혼자 짐을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웠다.

회사에 선수단을 꾸려 보다 적극적으로 다트 알리기에 나서기를 건의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스타즈`라는 팀을 만들었다. 스타즈에 소속된 팀원들은 고 팀장의 지휘아래 선수와 DI(다트 지도자)를 병행했다.

"선수단을 만들고 난 후 재밌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다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스타즈가 어느새 로망이 돼 있던거죠. 나도 스타즈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겁니다. 사람들에게 목표를 심어주니 다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스타즈`가 유명해질수록 고 팀장을 찾는 곳은 많아졌다. 서울과 지방을 넘나들며 밤낮없이 일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10년 전 전국 200여대에 불과했던 전자다트기계는 현재 4,500대 가까이 늘어났다.

다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트가 무엇인지, 다트 기계를 설치했을 때 어떤 이점이 돌아오는지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다트기계 설치를 원하는 업주들에게 먼저 문의가 들어온다.

"과거엔 다트기계와 룰렛을 착각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돈을 넣었는데 원판이 왜 안돌아가냐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먼저 회사로 문의오는 경우가 70~80%는 됩니다."


(▲ 사진 = 고준 홍인터내셔날 팀장)

◆ "대한민국이 다트 강국이 되는 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트의 매력에 빠진 요즘이지만 고 팀장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이야기한다. 다트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다트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다트를 말 그대로 취미로 즐깁니다. 대회에 상금이 걸려있지 않아도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즐기러오는 문화에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다트 자체를 즐기기 보단 다른 곳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일본보다 더 큰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늦은 나이에 입문했지만 다트는 고 팀장에게 새 삶을 선물해준 은인 같은 존재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다트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선수가 아닌 영업팀장을 맡게 된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선수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크죠. 필드로 복귀하면 다시 정상에 오를 자신감도 있고요. 하지만 그 전에 한국에서 다트를 즐기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다트 강국이 되는 날까지 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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