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北원조 왜… 스위스 "도움 필요한 곳에 있을 뿐"

입력 2017-09-07 19:53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여섯 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가운데 스위스 공영방송 SRF가 스위스 연방정부의 대북 인도주의 사업을 소개했다.

도리스 로이타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우려하며 국제사회와 북한의 중재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1995년부터 대북 원조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평양에 정부사무소까지 두고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국가는 스위스가 거의 유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스위스를 국빈 방문했을 때 한국 비정부기구(NGO)가 스위스 개발청과 함께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NGO들이 예산 부족이나 북한 당국과의 마찰 속에 평양을 떠났지만, 스위스 협력 개발청 사무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북한으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정년 퇴임을 앞둔 토마스 피슬러 개발청 평양 사무소장은 4일(현지시간) 이뤄진 SRF 인터뷰에서 대북 지원 이유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있는 것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스위스에서도 대북 원조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그런 활동을 정당화해야만 할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도주의 활동은 자주 정치적 맥락 속에 놓인다. 북한을 돕는 게 우리의 의무는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상황에 대해서는 "5세 미만 어린이 4명 또는 5명 중 중 한 명꼴로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 빈곤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조 활동이 논란이 되는 북한 정권을 돕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스위스의 인도주의 원조는 특정한 정치 상황에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지원 활동을 한다. 이게 내 일이다"라고 말했다.

피슬러 소장은 스위스가 중립국이라 그러한 원조 활동이 가능하다면서 북한 쪽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내년 협력 개발청의 대북 원조사업 예산은 3천만 스위스프랑(355억원)이다.

그는 이 예산 용도에 대해 "크게 두 가지다. 식량 지원과 상수원 시설 건설이다. 물은 건강과 위생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아이가 오염된 식수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의 상당 부분은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분유를 전달하는 데 쓰인다. 분유는 비타민 함유 비스킷을 만드는 재료다. 일부는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한 산림녹화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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