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나도 잘 모르겠다.

입력 2017-09-22 09:18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나도 잘 모르겠다 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뭔 일이 있을까 걱정스럽게 지켜봤던 FOMC가 끝났습니다. 글쎄요, 큰 이변은 없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연준의 자산 축소는 지난 6월에 예고한 수준으로 다음 달부터 실시하기로 했고 올 12월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조금 더 열어뒀지만, 내년의 금리 인상 횟수는 당초 보다 한 차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정도니까 시장에 돌발 악재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맘 놓고 주식을 사자고 하기도 어려운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정도란 얘긴데 이 얘기는 불확실성의 감소고 시장은 당연히 혹시나 하는 기대는 접었지만, 예상대로 된 상황에 자연스럽게 적응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시장의 생각보다는 조금 매파적인 분위기를 느꼈지만 그렇다고 충격적이지는 않은 정도입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이나 자산 매각에 더 적극적이지 못하는 이유 사실 여간해서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입니다. 고용이 좋아지면 임금이 오르고 그로 인해 물가도 올라야 한다는 경제학의 기본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연준의 그 고명한 경제학자들도 이런 건 처음 봤다라는 분위기죠?

    재닛 옐런 의장도 기자들 앞에서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 나도 잘 모르겠다. 미스터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난 수년간은 인플레이션이 낮은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많은 유휴자원(실업자), 에너지 물가 하락,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 등이 원인이었기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건데 올해는 이런 이유들이 대부분 사라졌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건 미스터리고 나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 겁니다.

    중앙은행 총재, 그것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미국 연준 의장이 그것도 가장 전문분야인 물가 현상에 대해서 나도 모르겠다는 인간적인 얘기를 한 건데 정말 몰라서 그렇게 얘기한 걸까요? 아니면 너무 뻔한 얘기라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글쎄요, 물가 안 오르는 거 수요측면에서 소비가 고용만큼 안 살아서 그런 건데 결국 이건 계속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때문이고 턱없이 길어진 기대수명으로 미국 사람들 특유의 낙천주의가 옅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오래 비즈니스를 해온 우리 교민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한결같이 8, 90년대 장사하던 때를 회고하는 걸 흔히 듣습니다.

    흑인, 히스패닉 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분들은 팔다가 재고가 다 떨어져 공장에서 트럭으로 물건을 더 실어 와서 팔았던 얘기며 하도 장사가 잘돼서 현금이 넘쳐서 현금출납기가 안 닫혀서 수시로 지폐 다발을 금고로 옮겨야 했던 얘기들…물론 다소 과장도 있을 겁니다만 사실 그것이 미국 경제의 본질, 즉 소비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증언들이었습니다.

    돈이 들어오면 대부분 다 썼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중하층민들의 소득은 정체되었고 여기에 수명은 늘어나는 데 메디케어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은 줄어들었고 직업의 안정성은 계속 저하되었습니다.

    과감하게 물건을 고르고 지불을 하던 사람은 줄고 주머니에서 돈을 만지 작 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무조건 소비는 옛날얘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 인터넷, 모바일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유통의 혁신이 일어났죠? 유통의 혁신은 가격의 파괴고 그 가격 파괴의 주인공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이었습니다. 훨씬 계획적인 소비가 일반화되었다는 얘기고 미래를 위한 준비가 부유층, 중산층을 넘어 중 하층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고용이 좋아지면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은 그래서 자꾸만 틀리는 겁니다. 양극화, 기대수명의 연장, 사화 보장의 축소, 유통혁명, 계획된 소비의 증가가 버무려지면서 성장률과 고용의 신장이 물가와 소비에 직접적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는 거죠.

    미국뿐이겠습니까? 성숙된 경제를 운용하는 선진국의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일본이 이 상황을 가장 먼저 겪었고 유럽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보아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죠.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의 변경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아는 것을 재닛 옐런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아마도 이런 단순한 이유를 내놓았다가는 그럼 지난 9년간 돈을 풀고 또 이제는 버블이 무서워 긴축에 나서고 있는 중앙은행의 전형적인 통화정책, 그거 왜 합니까 라는 질문을 또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잘 모르겠다. 미스터리다라고 하는 재닛 옐런 의장의 말은 어쩌면 앞으로도 급한 금리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 고백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기획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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