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 묘소 폭행사건 빈발…사유지에 위치해 관리 `소홀`
흥선대원군 묘소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흥선대원군 묘소가 때아닌 `밤 쟁탈전`으로 소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흥선대원군은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창현리 흥선대원군 묘소에는 잡음이 발생했다.
흥선대원군 묘소 사건의 발단은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자 흥선대원군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 A씨의 등장에서 시작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가 흥선대원군 묘소 주변에서 밤을 주워가려는 방문객들과 실랑이를 하고, 이 실랑이가 종종 심각한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찰서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A씨 관련 쌍방 폭행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만 대여섯 건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A씨는 실제 흥선대원군 묘소나 이 땅과는 연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A씨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고 묘소 주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흥선대원군 묘소 관리인 유모(78)씨는 이와 관련 "(A씨가) 처음 이곳에 드나든 게 벌써 4년 정도 된 것 같다"며 "밤뿐만 아니라 밭에 심어진 각종 농작물도 무단으로 채취해가는 피해를 봤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며 "역사가 있는 곳인데 (A씨를) 말릴 수도 없고 씁쓸하다"고 전했다.
유씨의 남동생(72)도 "특히 밤 수확 철인 요즘에는 일반 방문객들과도 다툼이 많아 시끄럽다"면서 "시청이나 경찰에서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흥선대원군의 묘소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자리잡은 탓에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에서도 A씨를 폭행 혐의로 조사해 입건하는 것 외에는 땅 소유주가 직접 문제삼지 않는 한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다.
이 땅의 소유주는 흥선대원군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인 이 청씨다. 의친왕의 차남 이 우와 박찬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이씨는 대한제국의 황족이다.
등기부등본상에도 흥선대원군 묘 주소인 남양주시 창현리 22-2 임야(10만6천14㎡)의 소유주가 이씨로 돼 있다.
유씨가 때 되면 하는 벌초와 주변 청소 등이 사실상 흥선대원군 묘 관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유씨는 관리 대가로 묘소 주변 땅을 무상으로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흥선대원군 묘는 사유지여서 시에서 특별히 관여하는 것은 없고 후손들에게 관리를 맡기고 있다"면서 "시에서도 땅 소유주와는 직접 연락이 되지 않고 필요한 업무는 다 관리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선대원군 묘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문화재돌봄사업 대상물이지만, 최근에 관리 예산이 집행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고종황제)과 며느리(명성황후), 손자(순종황제)와 손자며느리(순명황후) 등의 묘가 있는 남양주시 금곡동의 홍·유릉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흥선대원군은 1898년(광무2년) 2월 경기도 고양군 공덕리(현 서울 마포구 공덕4동)의 운현궁 별장 `아소당`에서 세상을 떠나고 뒤뜰에 묻혔다.
조정은 10년 뒤 흥선대원군의 묘인 흥원(興園)을 아소당 뒤뜰에서 경기도 파주 운천면 대덕동(현 경기도 파주군 문산읍 운천리)으로 옮겼다.
그러나 1966년 흥선대원군의 묘는 또 한 번 자리를 옮겨 이곳 남양주시 창현리로 오게 된다. 파주 흥원 일대에 미군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인데,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죽어서도 파란만장한 수난을 겪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남양주 흥선대원군 묘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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