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각하와 영애님 그리고 조국을 위해서 충언을 드리는 겁니다.` `(역정을 내며) 일단 알았다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로부터 보고를 받은 박정희는 이 사실을 박근혜에게 직접 확인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직접 조사한다. 이른바 친국이다."
- `그들의 나라` 제1화 이게 나라냐 (3)의 한 대목-
"라디오 드라마와 외화가 없어지면서 성우들 주 무대가 다 없어졌어요. 그런데 라디오 드라마가 이렇게 없어질 장르가 아니란 말이죠."
명맥이 끊긴 라디오 정치 드라마가 비판의 수위를 높여 팟캐스트 형식으로 돌아왔다. `태조왕건`, `불멸의 이순신` 해설로 우리 귀에 친숙한 김종성(74) 성우부터 경력 2년의 신인 성우까지 KBS 성우극회 회원들이 힘을 합쳐서다.
지난달 27일 마포구 서교동 팟빵 사옥에서 만난 성우들은 기획, 제작부터 연출까지 성우들이 직접 맡은 팟빵 오리지널 콘텐츠 `그들의 나라`를 통해 국민들이 잘 몰랐던 부분을 배우고 통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일주일에 3회 10∼20분 분량으로 업로드되는 그들의 나라는 1화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를, 2화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제1화는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최태민 일가 재산 축적, 육영재단 운영 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겼다.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재다.
기획을 한 유호한 KBS 성우극회장은 "지난 9년 간 정치 드라마를 못하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정치가 많았다"며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국민들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돌려드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나라는 방송국의 라디오 제작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주변의 후원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비좁은 녹음실에 성우 20명이 함께 들어가 녹음하고 음향효과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좋아서`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는 성우들이 개런티 없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다. 극본을 맡은 이영미 작가(MBC 라디오 다큐멘터리 `격동 50년` 집필)도 따로 집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설을 맡은 김종성 성우는 "정치 드라마 경력이 많은데 억압받고 없어지는 고통이 많았다"며 "직접 만들다 보니 강렬한 비판이 가능하다. 우리 영역이 사장되는 게 속상했는데 후배들 얘기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현대극이다 보니 실존 인물의 육성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것은 다소 부담이되는 부분이다.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맡은 인물의 영상을 끊임없이 되돌려보며 그 정신을 이해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할은 경력 2년의 남유정 성우가 맡아 박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표현해냈다. 2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홍진욱 성우는 요즘 같이 일하는 성우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빙의했다`는 말을 듣는다.
홍 성우는 "서울 토박이로 사투리도 못하고 성대모사에도 재능이 없어 처음에 부담이 많았다"며 "`흉내내려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나서 진정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처음보다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드라마를 처음 시도하고 3개월, 특별한 홍보가 없었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인기를 얻고 있지만 더 많은 청취자들과 만나고 호흡하기를 꿈꾸고 있다.
성우극회 임미진 이사는 "담뱃값 아껴서 1천원, 2천원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구독자가 늘어나 반갑고 신기하다"며 "내놓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분이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김종성 성우는 "국정농단 재판 결과가 나오고 나면 결과를 토대로 해서 다시 드라마화하는 것을 생각중"이라며 "MB 정부,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일가 등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할 얘기가 너무 많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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