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보고일지 사후 조작"
세월호 조작, 靑 "`대통령 훈령 불법조작 사건`으로 명명
세월호 조작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이 났을까.
청와대가 12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고에 대한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을 의도적으로 30분 늦게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 파일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세월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세월호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대통령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도 발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보고를 받고 "국민께 알리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 의혹이 해소되도록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보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임 실장은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대통령 훈령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어제는 안보실 공유 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들 자료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통합적인 국가재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개정 준비 과정에서 발견됐다.
임 실장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던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사고에 대한 첫 보고를 받은 시간대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실장은 "지난 정부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10시에 세월호 관련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 15분에 사고 수습 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도 제출됐다"며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사건 관련 최초 상황보고서를 오전 9시 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9시 30분에 1보, 10시 40분에 2보, 11시 10분 3보, 오후 4시에 4보를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며 "수정된 보고서에는 1보뿐 아니라 3보 시간도 10분가량 변경됐고, 4보는 오간 데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상황 개요·피해사항·상황 발생 지점·조치현황 등이 담겨 있고, 보고 및 전파 대상자는 대통령·비서실장·경호실장 등이었다.
임 실장은 "문제는 2014년 10월 23일에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 시점을 수정해 보고서를 다시 작성한 것"이라며 "사고 6개월 뒤에 작성된 수정 보고서에는 최초 상황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변경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으로,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 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대통령 훈령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는데, 이 지침이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 분야는 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그는 "수정 내용을 보면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관리와 국정 수행을 보좌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 관련 정보를 분석·평가·기획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관리 종합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던 기존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필사로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보장한다`고 불법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이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 재가를 받는 절차, 다시 법제처장이 훈령 안에 관련 번호 부여하는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일련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수정된 지침을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불법변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행부`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실장은 "누가 조작했는지 파악이 안 됐다"며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전수 조사를 통해 전 정부 파일 색출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이번에 다시 발견된 경위에 대해 임 실장은 "청와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침이 이례적으로 볼펜으로 빨간 줄이 그어지고 필사된 과정을 좇다가 해당 파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발견된 파일 250만개 전체를 이 잡듯 할 수 없다. 그때그때 일하다 관련된 부분이 우연히 발견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재난과 안보위기로 나뉜 위기관리 통합문제를 위한 지침 개정 준비 과정에서 지침 변경 사실을 발견한 뒤 `진도`·`해난사고` 등 검색어로 찾아낸 것이지 처음부터 세월호를 겨냥해 찾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변경 파일을 발견하고도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여부 결정 시점을 앞둔 이 날 발표한 것과 관련, 임 실장은 "어느 시점에 했어도 비슷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희가 예상치 못한 파일이 확인되면 최소 절차를 거쳐 (국가기록원 등으로) 이관하고 있고,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역시 가장 이른 시점에 하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라고 봐서 반드시 진실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애초 이번 의혹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조작`으로 표현했다가 `대통령 훈령 불법조작 사건`으로 명명하기로 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조작과 관련한 진상 규명 의지를 나타냈다.
세월호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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