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려주는 남자'가 1년 만에 구독자 10만명 유튜버가 된 비결

유오성 기자

입력 2017-11-10 11:16   수정 2017-1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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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습의 역사는 기술 변화와 맞닿아 있다.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사전을 씹어 먹으며 공부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나오며 듣기와 읽기의 병행학습이 가능해졌다. 곧 이어 등장한 CD플레이어와 MP3플레이어는 반복 듣기라는 신무기로 카세트 테이프 시장을 순식간에 압도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열린 인터넷 강의의 시대는 몇몇 학생들만 향유할 수 있던 유명 강사의 강의를 집 안 PC로 들여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더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에 대한 갈증을 호소한다.

각종 영어 학원들은 `단기 완성`이나 `초단기 영어` 등 짧은 기간 영어실력을 올리고 싶어 하는 학습자들의 간절함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어학원들의 속도 경쟁 속에서 외려 느림을 말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영어 학습 유튜브 페이지 영알남(영어 알려주는 남자)을 운영하는 양승준 씨는 "단기간에 영어를 완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대한민국 영어학습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사진 =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어 알려주는 남자` 양승준 씨)

◇ ‘영알못’이 ‘영알남’ 된 사연
영국에서 영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양승준 씨는 영어와 관련된 문화 전반을 다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사람들이 영어를 영어답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상을 제작한다. 특히 영어단어가 가진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고 영어의 원리와 본질을 알려주는 영상이 인기다. 영어를 시험공부가 아닌 의사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구독자 수 10만 명이 넘었다.

영국으로 처음 유학을 왔을 당시만 해도 그의 영어실력은 막 수능을 끝낸 평범한 수험생 수준이었다. "처음 영국에 도착했을 당시 저는 미국식 영어에 길들여져 있어 영국식 영어가 낯설었어요." 생존에 가까운 유학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2개 국어를 하는데 장벽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알아듣지 못하면 다시 물어보고 절대 대충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하나둘 시행착오를 겪으며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언어는 한 사회집단의 역사가 녹아있는 결과물인데 단시간에 그걸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선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선 평생의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간에 포기하는 일 없이 어느새 영어에 숙달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 "1:1 번역학습은 최악…영어 본질 알아야"
양승준 씨는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인데 한국에선 아직도 영어가 시험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돼요”라고 말했다. 승준 씨는 진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선 "영어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전치사 to`를 이해하기 위해선 to가 가지고 있는 단어의 느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전치사 to를 `~로` 혹은 `~하기 위해서`라고 배웠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영어에서 11시 10분 전을 `10 to 11 o’clock`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10분이 향하는 목적지가 11시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했다면 영어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1:1로 대응해 학습하는 주입식 학습법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는 "언어가 가지는 차이를 설명하지 못해 능동적인 언어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 = `영어 알려주는 남자` 양승준 씨의 할렘 방문기 유튜브 영상 캡쳐)

◇ 영알남의 유튜브 전략
`영어 알려주는 남자`라는 페이지의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승준 씨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옆에서 영어를 알려주는 친구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고 무언가를 배워가지만 유튜브가 가진 본질적인 속성은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을 소비하는 공간이다. 오롯이 교육을 목적으로 한 한국의 인터넷 강의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유튜브의 속성을 이용해 자신의 교육관을 동영상에 녹였다.

① "많은 걸 담지 말 것"
영어 학습자의 가장 큰 착각은 단기간에 영어를 끝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언어는 평생을 거쳐 학습해야하는 습관의 일부다. 영알남 콘텐츠는 하나의 영상에서 하나의 주제만을 이야기한다. 또 영상의 길이는 3분 내외다. 학습자가 영어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다. 승준 씨는 "교육학적으로 학습자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건 좋은 학습방법이 아니다"라며 "심각하거나 복잡한 주제는 지양"한다고 말했다.

② `즐감`은 필수
영알남 페이지에 올라오는 영상은 학습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여행, 파티 등 영어와 관련된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그는 "유튜브 시청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 보기를 원한다. 침대에 누워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영상 가운데 조회 수가 가장 높았던 영상은 뉴욕의 할렘 방문기다. 위험을 무릅쓰고 할렘을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혼자가긴 무서웠다"라며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③ 유튜브는 심심할 때 놀아주는 친구
유튜브는 TV와는 매체의 성격이 다르다. TV는 전문성이 검증된 사람이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반면 유튜브는 아마추어들의 무대다. 전문적이지 않은 누구나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친근함이 유튜버의 무기로 자리잡은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본다는 건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과 같아요. 심심할 때 나와 놀아줄 친구를 찾는 것과 같죠. 게임 유튜버 퓨디파이가 세계적인 유튜버로 거듭날 수 있던 비결이 이런거에요. ‘내가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는 퓨디파이’라는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죠."

◇ "영업 비밀 공개?…영어와 친해졌으면"
양승준 씨는 지난해 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한 때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영어 강사를 하겠다는 생각도 가졌지만 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승준 씨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제가 가진 노하우를 활용해 영어 학습 센터를 짓고 싶어요. 영어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소인 셈이죠. 그런데 유튜브에 제가 가진 노하우를 다 보여주면 나중에 아무도 안 찾아오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 생각엔 유튜브로 배울 수 있는 지식엔 한계가 있어요. 다만 영어를 싫어했던 사람들이 조금은 좋아할 수 있게끔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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