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공수(攻守)바뀐 은행협회와 금융투자협회

입력 2017-11-10 10:20   수정 2017-11-10 10:39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가 또한번 맞붙었다.

초대형 IB를 둘러싸고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초대형IB 증권사가 최대 자기자본 2배까지 발행어음을 활용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3일이면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단기금융업인가를 한국투자증권이 1호로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은행연합회는 이를 나흘 앞둔 9일 오전,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 추진이 부적절하다면서 정부가 이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만기가 짧은 단기금융(발행어음)으로 유치된 자금이 기업들의 대출로 쓰이기 적절치 않다는 주장과 함께 이렇게 자금을 유치한 증권사들이 이를 신용융자 등 이자놀이에 대부분 사용할 것이란 의구심도 내비쳤다.

가만히 있을 금융투자협회가 아니다. 불과 몇 시간만에 반박 자료를 냈다. .

요지는 금융투자업계야 말로 모험자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적격자로 정부는 오히려 미뤄지고 있는 초대형IB를 조속하게 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안정적 대출만 하며 예대금리로 먹고 살아온 은행권이 모험자본 육성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연초에도 은행의 신탁업 진출 두고 설전

자료를 읽다보니 연초, 두 협회 사이 벌어졌던 격론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지난 2월에도 두 협회는 신탁업법을 두고 가시돋힌 설전을 벌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먼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증권사에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론`으로 포문을 열었다.

안그래도 은행이 대부분의 금융업을 쥐고 있는데 신탁업마저 은행에게 허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종합운동장론`을 내세워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응수했다.

내 업무, 네 업무가 어디있느냐, 신용도가 훨씬 높고 다양한 경력이 있는 은행이 신탁업을 하는 것은 큰 문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공수(攻守) 바뀐 금투협과 은행연합회

하지만 이번 초대형IB에 대한 발행어음 허용관련 논쟁은 은행쪽이 은행 고유의 업무를 가져가려는 금융투자업계를 공격하고 증권업계가 이를 방어하는 공수가 뒤바뀐 모양새다.

특히 겹업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쳤던 하영구 회장의 논리는 9개월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황 회장과 하 회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동문으로 평소에는 공석에서도 상대방과의 친분을 숨기지 않는다.

이처럼 각별한 두 사람이지만 각자가 대표하는 업권의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설전은 두 사람의 친분을 잊게 만들 정도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런 설전이 나쁘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협회란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이니 말이다.



빈볼(bean ball) or 견제구
야구에서 상대방을 위협할 목적으로 상대방 신체를 향해 고의적으로 던지는 공을 빈볼(bean ball)이라고 한다.

빈볼은 타자의 몸쪽으로 최대한 붙여 던져 타자를 움찔하게하는 위협구나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던지는 견제구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위협구나 견제구가 상대의 공격의 맥을 끊기 위한 통상적인 전략행위라면 빈볼은 서로가 감정이 상해서 던지는 공이다.


그래서 빈볼이 들어가고 나면 양측 벤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몸싸움, 일명 벤치클리어링을 한다. 이런 벤치클리어링은 실제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투자은행(IB)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며 증권사들에게 은행만이 할 수 있었던 영역을 부분적으로 열어주며 IB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은행들은 자신들 고유영역이 열릴 때마다 증권업계에 어김없이 견제구나 위협구를 던진다.

하지만 초대형IB 육성의 정책이 결정, 시행된 게 벌써 1년을 넘었고, 발행어음 1호 인가를 불과 나흘 남겨놓은 상황에 던진 은행연합회의 이번 위협구는 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거 빈볼인가?` 하는 고민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빈볼을 던져 양측 선수단이 뒤엉키는 벤치클리어링은 양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선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지지만 관중들은 종종 볼썽사나운 싸움을 직접 지켜봐야 하거나 경기가 지연되니 짜증을 유발하기 일쑤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의 이런 말싸움이 견제구든 빈볼이든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선택은 소비자들이 한다.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이든 증권사든 조건이 좋고 더 안전한 곳으로 수요는 몰릴 것이다.

어느 쪽은 능력이 되느니 안 되느니, 또 어느 쪽은 신뢰가 가느니 안 가느니 말싸움은 그만하고 제대로 된 상품으로 서비스로 경쟁하길 바란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할 테니 말이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유주안  기자

 ja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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