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또 시작됐습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미래운용에 이어 이번엔 4위 한화운용이 업계 최저 수수료를 내걸고 나선건데요.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로 어려운 운용사들이 ETF 마저 수수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스스로 제살까먹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ETF 보수 인하에 나서면서 운용사들 간 수수료 인하 전쟁이 다시 촉발될 조짐입니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인 만큼 펀드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거래 비용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한화운용은 기관 투자자와 개인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ETF인 코스피 200지수 추종 ARIRANG 200 ETF의 총 보수를 연 0.14%에서 연 0.04%로 파격 인하했습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국내 8개의 ETF 뿐 아니라 국내 상장된 307개 ETF 중에서도 가장 낮은 보수입니다.
이미 수수료 인하 효과는 삼성과 미래에셋운용의 최저 수수료 싸움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삼성운용의 시장점유율을 미래에셋이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현재 50% 이하로 떨어뜨려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200 ETF 총 보수를 연 0.09%에서 0.05%까지 대폭 인하하고, 하반기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코스닥 관련 ETF까지 모두 당시 업계 최저 수준(0.09%)으로 인하하면서 삼성운용의 시장점유율은 3% 가량 뺏어왔습니다.
한화운용 역시 이번 공격적 수수료 인하로 3위 사업자인 KB운용의 자리를 노립니다.
문제는 현재 떨어질대로 떨어진 ETF 수수료가 사실상 무보수에 가깝다는 겁니다.
한화운용의 경우 이번 파격적 보수로 ETF 상품 100억원 어치를 팔아봤자 수익은 4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자산운용사 관계자
"총 보수 내에 운용보수가 있고 지정참가회사 보수가 있고 신탁은행 보수가 있고 사무신탁 보수가 있습니다. 4개 보수로 나눠지는데 실제로 운용사에 돌아오는 몫은 절반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결국 순자산을 크게 키울 수 있는 ETF는 저보수로 공급하면서 기관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그외 특화된 ETF나 운용 전략상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상품들은 그에 적합한 보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더불어 국내 펀드시장 규모는 커지지만 그나마 운용보수 등이 높아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ETF 시장의 염가 수수료 경쟁은 국내 운용사들의 수익성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저가 수수료 경쟁은 시장 점유율의 반짝 반등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수익성의 하락으로 결국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나 운용사의 가장 핵심인 자산운용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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