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통령 뒤에서 일한 걸 약점 잡아…억장 무너진다"

입력 2017-11-1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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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는 13일 자신이 막후 세력이라고 의심받는 세관장 인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영태가 먼저 인천본부세관장 할만한 사람이라며 김모씨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상관인 김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2천2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작년 1월 세관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최씨는 "고씨의 선배가 시계를 수입해 들여오다가 세관에 여러 개 걸렸는데 그걸 찾는 과정에서 세관장이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제가 인사 추천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씨가 김씨를 청렴하고 세관장 자리에 가실 만한 분이라고 소개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최씨는 김씨의 이력서를 받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다면서 "사람이 건실해 보이고 괜찮다고 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천이라기 보다는 청와대 검증에 걸리면 못 올라간다. 제 선에선 거기에서 끝났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고씨의 변호인이 `민간인이 추천한 거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부담주는 행위라고 당시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에게 이력서를 주고 추천해서 후보군에 없던 김씨가 세관장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진술을 거부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인사 최종 결정권자인지는 몰랐으며, 김씨의 이력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고씨가 인사청탁 대가로 챙긴 2천200만원 중 2천만원은 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200만원은 최씨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최씨는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고씨를 통해 김씨에게 인사 대가를 요구한 것은 아닌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랬다면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라면서 "추천한 사람한테 선물 받은 적 한 번도 없다.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신은 오히려 파산 상태인 고씨를 도와주는 입장이었지, 그에게서 돈을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최씨는 "고씨가 신용불량이라고 해서 돈을 줬고, 아는 형한테 얹혀산다고 해서 각서 써서 담보로 3천만원 빌려줬는데 아직도 갚지 않았다. 그런 애한테 200만원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나는 200만원 받을 군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1억원을 요구하는 등 수차례 돈을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고씨의 변호인이 `1억 공갈미수라고 하면서 왜 고씨를 고소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최씨는 "대통령 뒤에서 일하는 걸 약점이라고 해서 이런 사달을 만들지 않았느냐. 그걸 무슨 죄라고 지금 이렇게 하는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최씨는 "건실하게 살아보라고 밀어줬던 게 결국은 이런 사태로 나를 몰고 간 것 같다"면서 "이런 문제가 터질 걸 알았으면 그때 그냥 터트릴 걸, 요구를 들어준 것에 후회가 막급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발언 기회를 얻어 "현직 대통령이 사용하셨던 의상실에서 폐쇄회로(CC)TV를 불법적으로 달아서 촬영하고 언론사에 넘긴 것은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나중에 또다른 국정농단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재판장이 철저히 형벌을 가해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증언에 앞서서는 "오늘 불출석하려고 했지만, 고씨가 알선수재와 마약사범 등 전과가 있는데 국회의원 33명이 탄원서를 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고, 우려감에 제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최씨와 고씨의 법정 대면은 두 번째였다. 9개월전인 지난 2월엔 고씨가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고씨와 머리를 뒤로 땋은 최씨는 법정 안에서 서로를 오래도록 노려보듯 쳐다봤다.

고씨는 최씨의 증언을 들으면서 불쾌한 듯 자주 미간을 찌푸렸고, 헛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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