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아들 밥 먹이려' 친척 돈 훔친 아버지

입력 2017-1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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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행색의 능력 없는 아버지라도 전역한 아들에게 따듯한 고깃국을 먹이고 싶었다.

한 부모 가정이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무탈하게 군 복무를 다 한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두 부자(父子)가 잠시라도 편히 몸을 뉘일 집과 먹을거리를 구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A(44)씨는 일자리를 구해보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단 3개밖에 남지 않은 치아가 발목을 잡았다.

이 사실을 숨기려 면접장에서 늘 마스크를 썼지만, 면접관들의 요구로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이들은 A씨의 치아를 보고서 미간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다.

근면·성실을 내세워 일자리를 애원해봐도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치아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서 어렵게 취직한 사탕공장에서는 한 달 만에 내쳐졌다.

주유소 주유원 자리마저도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A씨는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져 제 한 몸은 물론 하나뿐인 아들조차 챙길 수 없을 것 같아 착잡했다.

그러다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모 B(83·여) 생각이 문득 들었다.

A씨는 홀로 사는 고모 집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훔치기로 했다.

아들이 전역하는 시기에 맞춰 돈을 준비하려면 이 길밖에 없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수는 없지만, A씨의 머릿속은 절도 행각보다 `아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지난 1월 말께 이 아파트에 들어가 B씨가 한눈을 판 틈에 구형 휴대전화를 훔쳐 나왔다.

휴대전화에 꽂힌 유심칩을 빼내 소액결제 방식으로 420만원을 현금화했다.

오갈 데 없던 처지였던 터라 이 돈으로 아들과 함께 살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지난 3월에 전역한 아들과 함께 따듯한 밥으로 배를 채웠다.

결국, 돈이 떨어지자 A씨는 인천으로 가 아들이 취직한 주유소 주인이 내준 방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A씨는 뒤늦게 통장에서 수백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안 B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지만, 죗값을 치러야 했다.

익산경찰서는 20일 절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남의 돈에 손을 댄 것 같다"며 "사정은 딱하지만, 엄연한 범죄이니 죄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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