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靑 고위공직 배제기준 '눈 가리고 아웅'

권영훈 기자

입력 2017-11-23 08:01   수정 2017-1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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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2일 `7대 비리` 고위공직 후보자는 임용을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인사검증 기준에 해당하는 `7대 비리`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인사검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 여러명이 낙마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번에 내놓은 고위공직 배제기준을 뜯어보면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 행여 인사검증 논란이 또다시 되풀이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절묘한 타이밍"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정부 출범 195일만에 초대 내각 구성이 완료됐다. 다음날인 22일 청와대가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지난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시스템 개선을 지시한 지 79일 만이다.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공교롭게 1기 내각 완료 다음날 발표한 점은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인사기준은 앞으로 임명될 고위공직자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사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직인사 배제 5대 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새 정부들어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 몰래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진사퇴했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임금체불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불법 주식거래 논란으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역사관, 다운계약서 등 여러 의혹이 나오면서 낙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위장전입 문제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편법증여 문제가 있었지만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성문경과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사례들이다. 청와대는 이번에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무늬만 인사기준"

고위공직 임용 배제 기준인 `7대 비리`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이다. 다만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경우로 한정했다. 사실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라면 범죄자여서 이미 고위공직에 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이해가 어렵다. 또, 위장전입(2005년 7월 이후)과 연구 부정행위(2007년 2월 이후), 음주운전(최근 10년 이내), 성 관련 범죄(1996년 7월 이후)는 시기를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그 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거다. 이를 두고 생색내기 또는 전시용 인사기준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가 누차 강조했듯이 인사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들이 인사기준을 어떻게 바라볼 지 궁금하다. 다만 청와대는 `7대 비리`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고의성, 상습성, 중대성 등이 있는 경우 임용을 배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위공직자 임용기준 관련 5대 비리에서 7대 비리, 12개 항목으로 확대하고, 고위공직 임용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비리의 범위와 개념을 구체화했다. 또, 이번 기준 적용대상을 청문직 후보 뿐아니라 장,차관 등 정무직 및 1급(고위공무원 가급) 상당 직위의 공직 후보자까지로 하고, 그 이외의 공위공직자 인사검증의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에 준하여 정밀 검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뜩이나 인재풀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밝힌대로 인사기준이 엄격해졌다면 차후 인선작업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기 내각 구성은 보다 험란한 길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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