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 없앤다" 아기 몸에 향불·시신 훼손한 엄마

입력 2017-12-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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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을 맹신한 나머지 무녀와 함께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아기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00,262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현석 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 판사는 A 씨를 법정구속했다.



24일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를 통해 사이비 무녀인 B 씨를 알게 됐다.

A 씨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가족이 더 큰 액운으로 고통받는다"는 B 씨 말을 듣고 6년간 전국 사찰을 돌면서 방생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빚을 졌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맹목적으로 B 씨의 말을 따랐다.

사건은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독촉에 시달리던 A 씨가 2009년께 B 씨 소개로 B 씨 사촌 동생이자 승려인 C 씨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가 2010년 2월 C 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으면서 벌어졌다.

A 씨는 B 씨의 지시에 따라 미숙아로 태어나 집중 치료를 받던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킨 것은 물론 필요한 치료나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았다.

A 씨는 아기를 데리고 경북의 한 암자에서 공양주로 일하던 중, 돈이 없어 방생기도를 못 하게 된 B 씨가 찾아왔다.

B 씨는 "집안의 모든 액운이 너와 아기로 인해 발생해 몸을 태워 업장을 없애야 한다"며 두 달 동안이나 A 씨의 온몸에 불을 붙인 향을 놓는 종교의식인 `연비`를 행했다.

이 때문에 어깨에 큰 화상을 입어 절에서 일하지 못하게 된 A 씨는 B 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사달이 났다.

B 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고 화를 내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행위를 했다.

A 씨는 친엄마인데도 B 씨의 학대행위를 막지 않고 살이 타는 듯한 고통에 우는 아기를 외면한 채 벽을 바라보고 귀를 막고 있었다.

화상을 입은 아기는 별다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하루 만에 숨졌다.

A, B 씨는 아기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훼손했다.

김 판사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거나, B 씨와 공모해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종교 행위를 한 뒤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아기를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초범인 A 씨가 반성하고 공범인 B 씨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 씨는 2011년 지병으로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올해 1월 A 씨의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하자 학교 측이 경찰에 A 씨 아들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애초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B 씨에게 맡겼는데 B 씨가 숨지면서 연락이 끊겨 아기 소재를 알 수 없다"며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사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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