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꼭 받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4일 청와대 오찬에 초청된 8명의 할머니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은 뒤 감사를 표하면서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며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해방 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이옥선 할머니 역시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 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작년에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날 오찬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 외에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지은희 정의기억재단 이사장,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강경화 외교·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정대협 윤미향 공동대표는 오찬 뒤 "전남 담양 등 굉장히 멀리서 오셔서 힘드신 분도 계셨는데, 할머니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환하게, 그리고 감동한 모습으로 계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표는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문 대통령을 `친척 집사람 같다`고 표현하셨고, 다른 한 할머니는 `대통령이 눈도 코도 잘생겨서 복 받겠다`고 농담하셔서 주변에서 깔깔대고 웃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할머니들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로부터 지지와 존중을 받으신 것"이라며 "오늘도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 사죄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과거엔 그런 말을 할 때 고통스러워 하셨다면 오늘은 마치 소원이 이뤄진 것과 같았다. 얘기의 결이 달랐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현재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 병원에 오셨을 때는 할머니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 `할머니들이 지지를 받고 있구나`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할머니들의 그 밝고 감동해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며 "결국 할머니들의 깊고 시렸던 한은 어쩌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무관심, 무시, 경멸이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썼다.
그는 "대통령이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아주고, 삶을 존중하고, 장관들이 경청하고, 국민이 지지해주니 할머니들은 웃으시고, 마음 놓고 우시고, 좋아서 어리광도 부리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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