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목숨 앗아간 종로 화재, '술 먹고 홧김에 방화'?

입력 2018-01-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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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로 숨진 세 모녀는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여행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장여관 1층에서 투숙하던 중 화재로 인해 숨진 박 모(34)씨와 14세, 11세 두 딸은 이달 15일 전남 장흥에 있는 집을 떠나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모녀는 국내의 다른 여행지를 경유해 이달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서울장여관 105호를 숙소로 정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화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시각이 20일 새벽 시간대인 오전 3시께였던 점, 시신이 방 안에서 발견된 점 등에 미뤄 경찰은 화마가 잠을 자던 세 사람을 덮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 때문에 세 모녀의 여행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 씨의 남편과 남편의 친척 등 모녀의 유족은 이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들러 시신을 확인한 뒤 서울 혜화경찰서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들은 사고 경위나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이날 박 씨 모녀를 비롯해 사망자 6명 전원의 가족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2일 오전 8시 30분 사망자들을 부검할 예정이다. 경찰은 부상해 치료를 받던 중 21일 오후 숨진 김 모(54)씨에 대해서도 부검 영장을 신청해 다른 사망자들과 함께 부검이 진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시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박씨 모녀)과 강북삼성병원, 서울백병원 등에 분산 안치돼 있다.
전날 오전 3시께 투숙객 10명이 있던 서울장여관에서 난 불로 박씨 모녀를 비롯한 6명이 숨지고 진 모(51)씨 등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은 사고 직후 창문으로 탈출했으나 다쳤다.
김 씨는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들이마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21일 오후 1시 19분께 끝내 숨졌다.
서울장여관은 두평 안팎 작은 객실이 8개, 창고와 객실 겸용으로 쓰는 뒷방 1개, 주인이 지내는 1층 입구 내실까지 10개이며, 주로 저소득층 장기투숙자들이 한달에 45만원, 하루 1만5천원 꼴을 내고 머무르곤 해 `달방`으로 불리는 곳으로 전해졌다.
불을 낸 중식당 배달직원 유 모(53)씨는 범행 뒤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유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뒤 앙심을 품고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들여 여관으로 돌아와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21일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장여관 앞에는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국화 수십 송이가 있었다. 국화 곁에는 장례식이나 제사에 쓰이는 향이 재를 담는 그릇과 함께 놓여 있어 피해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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