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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트럼프 리스크'…투자자 선택은?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1-30 09:05  



신뢰와 명성이 높은 전망기관과 전문가일수록 예측을 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이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한 어부의 300년 만에 불어 닥친 초대형 허리케인 제보를 무시해 영국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끼쳤던 당시 유명한 BBC 방송의 기상 전문가다.

금융위기 이후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각종 예측이 들어맞고 있지 않지만 대표적인 마이클 피시 사례로 3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달러인덱스는 11% 이상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하락속도가 더 빠르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060원선이 무너졌다.

Fed의 금리인상에도 달러 값이 폭락하는 것을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경제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설명하면 한 마디로 두 요인 간 괴리가 심해지고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20년 만에 ‘골디락스(고성장 속 저물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회복세가 견실하다.

증시는 더 활황세다. 작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날이 71회로 69회에 달했던 1995년 기록을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20일 만에 25000선, 26000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유포리아(과도한 투자심리 안도)’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머큐리 요인만 따진다면 달러 값은 강세가 돼야 한다. 하지만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달러 값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익 우선주의로 중국 등과 같은 최대 보유국이 달러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하락 속도가 빠르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달러 값을 따질 때 안보 프레미엄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머큐리 요인으로 달러 값은 강세가 돼야 하는데 마스 요인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교역국으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미국 국익만을 생각하는 달러 약세정책으로 확신을 갖는다.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극단적인 보호주의 수단에 해당한다.

미국 이외 교역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달러 약세에 맞대응해 자국 통화 값을 떨어뜨리는 ‘환율전쟁 방안’이다. 주도국인 미국과 후발국인 해당국가 모두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세계 경제는 침체된다. 다른 하나는 국제결제와 외화보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탈(脫)달러화 방안으로 해당국가보다 미국이 더 충격을 받는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 때문에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달러 위주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안고 있었던 문제, 즉 △기축통화 유동성과 신뢰도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기축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보유 부담 등이 더 커진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시한 것으로 유동성과 신뢰도 간 상충관계를 말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도가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아 미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정부가 기로에 놓여 있다. 최소한 머큐리 요인에 해당하는 만큼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면 브레튼우즈 체제가 재차 강화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화폐발행 차익(global seigniorage)’을 계속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이익만 앞세워 달러 약세를 고집한다면 미국 이외 국가가 종전처럼 환율전쟁보다 탈달러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처럼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탈달러화는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달러 함정이란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팔면 가치가 떨어져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에서 ‘강세’를 선호한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과연 달러 값과 원·달러 환율 흐름은 어떻게 바뀔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non zero-sum game)’보다는 참가자별 이해득실이 분명히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쉬식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즐긴다. 트럼프식 게임으로 향후 달러 정책을 전망해 본다.

트럼프 입장에서 최대 작자국인 중국, 일본, 한국 등 3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 카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의 골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지 못하면 미국 버클리 대학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주장한 ‘엔고의 저주(경기침체->엔고->수출감소->추가 경기침체)’의 걸리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중국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위안화 환율로 본다면 1달러=6.8위안대가 ‘스위트 스팟(최적점)’ 수준이다. 트럼프의 위안화 절상요구를 받아들이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발해 위안화가 추가 절하되면 금융위기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시진핑의 계획을 감안한다면 위안화 절상보다는 절하가 더 부담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일본보다는 중국과 비슷한 처지다. 원화 가치가 현 수준(1달러=1060원대)보다 더 절상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과에 기여해온 수출·성장률·코스피 지수 간의 선순환 관계가 깨질 위험이 높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통상마찰과 자금이탈 우려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으나 절상될 때보다는 여유가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보다 ‘약세’가 돼야 한다. 국익확보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최우선순위를 두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보호주의 정책의 주목적은 무역적자를 축소시키데 있다. 하지만 미국 무역적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이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로 대응한다면 트럼프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1년 만에 ‘달러 약세’보다 ‘달러 강세’가 국익에 기여한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시장에서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올해는 트럼프의 야누스적인 달러 입장과 이에 따른 글로벌 환율전쟁, 미국 이외 국가의 탈달러화 정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외환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해보다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위험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상춘/<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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