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택한 104세 구달 박사 영면…"평온 속에 숨 거뒀다"

입력 2018-05-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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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조력자살)를 결심하고 스위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104세) 박사가 10일(현지시간) 오후 평화롭게 생을 마쳤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바젤의 라이프 사이클 클리닉이라는 기관에서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받고 생을 마감했다.
안락사를 돕는 기관인 `이터널 스피릿`의 창립자 필립 니슈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구달 박사는 평온 속에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부분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구달 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이달 2일 스위스로 출발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는 9일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 들러 가족을 만나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구달 박사는 전날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내일 삶을 끝낼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 의료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답지 않게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마지막 순간 듣고 싶은 음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꼽기도 했다.
그는 8일 CNN 인터뷰에서 "5년, 10년 전부터 삶이 즐겁지 않았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일부 원인이기는 하다"며 "내 삶은 야외 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생태학자 답게 숲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새소리를 여전히 즐길 수 있지만 나빠지는 시력이 불편하다고도 했다.
84세였던 1998년 운전면허가 취소되면서 구달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혼자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달 박사는 "내 나이가 되면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때까지 앉아 있다. 그러고 나서 점심을 약간 먹고 다시 앉아 있다. 그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올해 초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이라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집에서 생을 마칠 수 있었다면 모두에게 편한 일이었겠지만 그러질 못했다"며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률 체계를 비판하고 호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안락사 입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는 빅토리아주를 제외하고 다른 주는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빅토리아주 역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실제 시행은 내년 6월부터다.
`이터널 스피릿`측은 구달 박사가 마지막 순간 진정제 등을 혼합한 정맥주사의 밸브를 스스로 열어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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