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기사 양동환(59) 씨는 지난 5일 새벽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 부근을 시속 100㎞ 정도 속도로 지나던 중 크고 검은 물체와 피할 겨를도 없이 부딪혔다.
양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혀 무방비인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해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다"며 "마치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 같은 큰 충격에 너무 놀라서 300, 400m를 더 가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돌아봤다.
그는 곰으로 짐작되는 동물과 교통사고가 났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단은 양 씨를 찾아가 버스에 묻은 짐승 털과 배설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야생동물이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 중인 반달가슴곰 KM-53임을 확인했다.
놀라운 점은 이 곰이 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가볍게 다치기만 했다는 것이다.
KM-53은 사고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지난 11일 KM-53을 포획해 지리산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으로 데려와 방사선, 혈액, 분변 검사 등을 한 결과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것을 발견해 치료했다.
송동주 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내장 손상 여부까지 확인했지만, 현재까지 왼쪽 앞다리 외에는 아픈 곳이 없는 것 같다"며 "걷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외관상으로는 멀쩡하다"고 전했다.
곰 소식을 전해 들은 양 씨는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것"이라며 "차 수리 견적이 200만 원 이상 나올 정도로 파손도 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인 KM-53은 키 170∼180㎝, 몸무게 80∼90㎏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 수준의 체격을 갖췄다.
환경부 공무원들도 곰이 사람보다 지방, 근육이 많아서 육중하고 탄력이 좋다지만 KM-53의 생존이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지리산 탈출`을 감행한 KM-53은 환경부 내에서 `콜럼버스 곰`으로 불린다.
이는 신대륙을 찾아헤맨 항해가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KM-53은 계속해서 방사지인 지리산을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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