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폭염에 '북극으로'…한·중·일 신영토 격전지-[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8-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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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고자 국제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종전에는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 충돌위험 때문에 약 10,000km나 차이가 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항로의 이용가능성이 높아져 △항해거리의 단축 △연료절감 △운임과 운송에 대한 단가절감 등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더불어 자원개발 가능성이 증대돼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10년 이내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현재 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북극해 자원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수송 수요가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운송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북유럽·일본·중국 등 컨테이너화물의 주도적인 생산지와 소비지가 모두 지구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구 남반구의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장거리 물류체계가 형성됐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동북아지역과 북유럽지역 간의 화물수송체계가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남반구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경유하는 북극 네트워크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는 △북극 신흥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동토충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라인을 대체할 해상운송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면에서 북극자원 해상 수송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북극항로개발 초기에는 벌크화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화물의 수송가능성은 우선 수송조건이 간단하고 특정화물의 수요만 적장하면 선박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실현 가능하다. 또한 △세계 에너지 및 광물자원 고갈 △세계 최대의 자원소비지역인 동북아 삼국의 자원공급 등을 위해 북극해가 마지막 대안지역이 될 수 있다.

북극해가 녹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해의 자원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를 제기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에는 무한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무렵에는 세계 어획량의 37%가 북극해에서 이뤄질 전망으로 에너지 ·식량문제에 처한 상황에서 ‘신 북극시대’가 도래할 것이 예상된다.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 및 시추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지역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북극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북서지역·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단계에 진입했다.

북극에는 화석연료 이외에도 고부가 가치의 광물자원과 한류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2조 달러 상당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가치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소금속을 비롯하여 매장 광물자원의 종류와 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해빙기간과 지역이 확대되고 △북극지역 자원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지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20∼60달러 수준으로 두바이유 및 WTI유 시세를 하회해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에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 등 북극 연안 5개 국가는 북극자원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개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안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극지역 전략자원 기지전환(남진정책)’을 공식화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무르만스크항을 개발할 계획이며 2008년부터 북극항로 3단계 개발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노르웨이·아이슬란드·독일·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북동항로(NSR) 선점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해 자원개발과 함께 북동항로에 2010년 추디해운의 ‘노르딕 바렌츠’호 운항에 성공해 북동항로의 운항여건·경제성 분석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 북동항로의 유럽 측 입구에 위치해 있어 유리한 입장으로 허브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서방 산선으로는 벨루가 쉬핑이 2009년 최초로 북동항로를 운항하여 성공한 이후로 많은 운항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일본·한국 3국은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저버국이 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쇄빙선 쉐룽호에 이어 북극탐험과 개발능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쇄빙선 건조를 마쳤다. 일본도 1980년대부터 민간중심의 북극해 연구가 활발했으며, 북극권을 자원개발 중점지역으로 개발하는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북극항로의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루어질 경우 한국의 부산항, 일본의 요코하마항, 중국의 상하이항이 시종점 항만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자원과 항로 등을 통해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자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남극조약으로 큰 충돌이 없는 남극과 달리 명확한 국제조약이나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북극해는 자원선점을 위한 인접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극항로 사업은 운항거리는 줄지만 선박비용·연료비 증가 등 사업성 제고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빙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빙기능이 있는 선박이 필요하다. 내빙선이 도입되면 선박 내구성이 높아져 무게증가로 해운사업의 20%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상승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밖에 무분별한 북극의 개발 및 산업화는 북극해와 지구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관련기관들은 △북극이사회의 기능강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확대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극에서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익추구는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안국들의 배타적 독점을 견제하고 북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저버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극조약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즉, △북극항로 개설과 관련한 쇄빙 상선 △항만정비 등 관련 인프라 건설 △북극권내 조립주택 사업 등 러시아의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수요증대에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한다.

향후 급속한 해빙으로 북극항로의 이용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밝혀진 원유매장량의 84%가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연안이 아니라 먼 바다지역에 있어 해빙의 진전 과학기술의 발전 등은 유전 부존지역을 북쪽으로 확대하고 채굴이 가능한 자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는 2013년 5월 북극 개발을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획득에 성공했다. 정식 옵서버 지위는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각종 규범 정립 △북극항로 및 북극자원개발 △환경보호 △북극개발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자원개발·플랜트·해상운송·조선·수산업 등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기업의 북극개발 참여기회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북극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 기지규모의 확충 △북극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진흥 등을 위해 제 2의 쇄빙연구선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글.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a href="mailto:schan@hankyung.com">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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