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원 영동지역에 쏟아진 최고 282㎜의 기습 폭우는 기상청도 전날까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이날 오전 3∼4시 사이 시간당 9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릉은 밤사이 도로는 물론 농경지, 건물 등이 침수되는 등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강릉의 시간당 93㎜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시간당 100.5㎜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루사`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난 5일 오후까지 영동을 비롯한 도 전역에 5∼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천둥·번개를 동반해 시간당 20∼3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간당 93㎜와 최고 275㎜의 물 폭탄은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상청도 예측하지 못한 폭우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강원도는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쪽인 영동과 서쪽인 영서의 기후가 사뭇 다르다.
실제로 이날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영서와 영동 지역이 극과 극의 날씨를 보이며 대조를 이뤘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대기 불안정에 의한 지형적 원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고온 건조한 폭염 기류가 서쪽에서 백두대간으로, 바닷가에서 불어온 습기를 머금은 동풍도 백두대간으로 이동했다.
이 두 기류가 백두대간 상층에서 충돌해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영동지역이 기록적인 폭우로 이어졌다.
결국, 서풍과 동풍의 충돌로 만들어진 강한 비구름은 백두대간을 넘지 못한 채 영동지역에 머물면서 강한 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반면 이날 춘천과 홍천, 횡성 등 영서 지역의 경우 폭염이 지속됐다.
지난 1일 수은주가 41도까지 올라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홍천지역도 이날 낮 최고기온이 36.5도까지 치솟았다.
또 횡성 35.3도, 철원 34.5도, 화천 34도, 춘천 33.6도 등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폭염특보도 동해안과 산간을 제외하고 영서 내륙 지역에서 계속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펄펄 끓는 폭염이 몰고 온 고기압의 서풍과 많은 습기를 머금은 저기압의 동풍이 백두대간에서 충돌해 영동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적지 않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 비구름대가 발달해 기습 폭우로 이어질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지적으로 강한 강수대가 예상은 됐지만 이를 강수량에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고, 강한 비구름대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 보니 비가 집중됐다"며 "워낙 이례적인 기상 상황이라 정확한 강수량 예측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속초 282.1㎜, 강릉 강문 277.0㎜, 속초 설악동 269.5㎜, 강릉 194.0㎜, 고성 현내 184.5㎜, 양양 177.5㎜, 고성 간성 152.5㎜ 등이다.
한편 강원도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속초 123곳, 강릉 80곳, 동해 11건, 양양 10건 등 모두 224건의 폭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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