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더 이상 `책방`이 아닌지 오래됐지만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강조하는 `Get big fast` 철학을 고려하면 한국에 일단 상륙하면 국내 산업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택배에 드론을 도입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 1위에 올랐고, `아마존 고(AMAZON GO)`의 파격적인 실험에 이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인수하면서 아마존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다.
인공지능(AI) 서비스를 AI스피커 뿐만 아니라 기업 단위에서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야심까지 감추지 않는 아마존.
아마존은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한다. 일단 시장을 창출해서 크게 키우되 마진을 줄여서 사용자를 확장한 다음 마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 시장을 석권해왔다. 애플, 구글 같은 거인들보다 후발주자지만 이들의 영역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같은 우려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고향인 미국에도 존재한다. 모든 산업을 `아마존化 (Amazonation)`한다는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 온라인 쇼핑을 통일하고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를 보관하면서 맞춤형 인공지능(AI)까지 제공하겠다는 베조스의 야망에 대한 두려움과 일종의 거부감이다. 아마존이 없으면 일부 대기업은 이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니까.
(사진 :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하는 제롬 파월 FRB의장)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도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경제의 변화를 감지하고 여기에 맞춰 자원(통화)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이들에게도 아마존은 골치거리인 것 같다.
지난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FRB 의장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논문이 눈길을 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카바요 교수가 발표한 이 논문의 핵심은 `아마존 효과`가 물가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요약된다.
즉, 완전고용 상태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미국 경제에서 왜 물가는 과거와 달리 급등하지 않느냐에 대한 답인 것이다. FRB는 연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0%로 잡고 있다.
아마존은 상품의 가격을 매우 자주 조정하고, 온라인으로 통제되는 가격은 지역간 격차를 사라지게 만들면서 인플레이션 발생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가격결정 또한 알고리즘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니 오싹하기까지 하다.
덜 남아도 좋으니 많이 팔기 원하는 아마존의 경영방침이 미국 경제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아마존에 밀렸던 월마트마저 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관리하면서 제조업체의 가격결정권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유통업체의 가격전략은 원가절감과 가격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분명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된다.
다만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은 최근의 물가동향을 설명하는데 아마존 효과는 수많은 원인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사실 그들은 이같은 현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경제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아마존의 한국시장 진출 본격화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는 토종산업과 기업의 종속 우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새로운 경제현상을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시선을 사로잡으며 호기심을 부르는 첨단기술 뒤에 숨은 아마존의 의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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