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종착점은…10년 세계 장기호황 끝나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12-03 09:25  

2018년 세계 및 한국경제 총결산(1)


다사다난했던 무술년 한 해도 마무리돼 간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에 걸쳐 ‘큰 변화(Big change)’가 일어난 해다. 경제 분야에 가장 큰 변화는 2009년 2분기부터 지속돼온 세계경기 회복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2년 가깝게 지속되면서 세계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GVC란 기업 간 무역(Inter Firm Trade)과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으로 대변되는 국제 분업 체계를 말한다.



GVC 약화는 세계 경제 앞날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1990년대 이후 세계교역증가율과 GVC 간 상관 계수를 추정해 보면 0.85에 이를 만큼 높게 나온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탄성치(세계교역증가율을 세계경제성장률로 나눈 값)에서 GVC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10년 장기호황 끝나나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지속돼 왔던 세계경기 장기호황 국면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3대 예측기관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증시가 추세적으로 하락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무역분쟁의 중심에 있는 두 나라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 이후 최장의 성장국면이 기대됐던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 4.2%를 정점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통상마찰이 길어지면서 미국 경제도 부메랑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심각한 쪽은 중국이다. 올해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3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2월초 달러당 6.2위안선까지 올라갔던 위안화 가치가 연말을 앞두고 6.9위안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상반기에 성장률 목표(6.5∼7%)를 지켰던 실물경기도 4분기에는 6.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심상치 않다.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 중국판 삼전도 굴욕 vs G2 절충점 모색
2019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낙관론은 트럼프의 압력에 궁극적으로는 시진핑이 양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번 승기를 잡으면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방식을 감안하면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관건은 양극단에 놓인 전망의 절충점이 있는지 여부다. 미국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피로로 중간 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을 민주당에게 넘겨줬다. 중국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 부담이 커지면서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시진핑 모두 절충점 마련은 절실하다.



◇ 유로 위기 2.0 가능성
유럽도 ‘통합’보다 ‘균열’이 더 심해진 한 해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탈리아가 예산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의 조정이 실패함에 따라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데자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길게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통합의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오지 않을까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로 위기 1.0’에 이어 ‘유로 위기 2.0’다.
유럽연합(EU)와 유로 랜드는 초기에 각국 7개국, 11개국으로 출발해 그동안 ‘확대(Enlargement)’ 단계를 거쳐 현재 28개국(영국 탈퇴 때 27개국), 19개국 체제로 확립했다. 하지만 2년 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극우 세력, 지난 3월에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약진하면서 균열 조짐이 지속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종합해 보면 회원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유럽통합 앞날과 EU, 유로 랜드 존속 여부에 대해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원국별로는 핵심국(good apples)보다 비핵심국(bad apples) 국민일수록 더 비관적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결합이 다시 노출됨에 따라 유럽 통합 앞날은 ① 현 체제 유지(muddling through) ② 유럽통합 및 유로화 강화(bonds of solidarity) ③ 유럽통합과 유로화 동시 붕괴(bonds of solidarity) ④ 유럽통합 질서회복(the collapse) 등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최근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로 위기 2.0’을 해결하지 못하고 회원국 간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이익에 대한 유럽통합의 근본 문제가 더 악화될 경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속에 ‘숙취(hangover)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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