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美 원 밴더빌트 판다…시장 '경고등'

방서후 기자

입력 2019-03-11 15:01   수정 2019-03-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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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국민연금이 미국 뉴욕 중심가 빌딩 개발 프로젝트에 쏟았던 자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성이 높은 우량 물건일 수록 팔릴 수 있을 때 매각을 신속하게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민연금이 투자한 총 3조5천억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인 원 밴더빌트 빌딩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 밴더빌트 개발사인 SL그린은 최근 해당 빌딩 지분 19%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매각이 완료되면 국민연금은 전체 투자금 6천억원 가운데 800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 밴더빌트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 SL그린이 뉴욕 42번가와 밴더빌트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짓는 427m 높이의 오피스 빌딩으로,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6천억원을 투자해 지분 27.6%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습니다.

    오는 2020년 완공되면 뉴욕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될 전망입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기존 빌딩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높은 개발 프로젝트에 국민연금이 참여한 것을 두고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빌딩은 국민연금이 유일하게 투자한 개발 프로젝트이자 한국 주요 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완공을 한참 앞두고 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이 도이체방크, 칼라일그룹 등에 임차됐고, 모든 사무실의 입주가 완료되면 연간 최고 3천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때문에 이처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가능한 프라임급 물건의 때 이른 매각 결정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보다 빠르게 임차인이 채워지는 우량 물건은 빨리 처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해석합니다.

    <인터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미국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업률이 3%대로 하향 조정돼서 아직까지 수요 여력은 있는데 최근 3년간 공급이 많이 집중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미국 부동산 경기 적신호는 주택 시장에서부터 감지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주택 착공 실적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택 가격과 거래량 모두 부진한 모습입니다.

    상업용 건물의 경우 중국 큰 손들이 3분기 연속 매도하면서 자금 이탈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걱정한 국민연금의 자금 회수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미국에 투자한 다른 금융기관들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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