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물로 갈증 풀리지 않는 이유...장 속 '센서' 때문

입력 2019-03-28 23:41   수정 2019-03-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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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처럼 짠 물을 마시면 갈증을 풀 수 없다. 소금기가 많은 물로는, 갈증을 제어하는 뉴런(뇌 신경세포)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금기 없는 맹물은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갈증이 사라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의 과학자들이 짠 물로 갈증을 풀 수 없는 이유를 처음 밝혀냈다. 체내로 들어오는 물의 염도를 측정해 뇌에 신호를 보내는 장(腸)의 `소금 센서(salt sensor)` 때문이었다.
2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재커리 나이트 신경생물학 교수팀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이날 발표했다.
나이트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인체의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을 주제로 인간의 뇌가 공복감, 갈증, 체온 등을 어떻게 감지하고 대응하는지 연구해 왔다.
이번 연구는, 어떻게 뇌가 갈증이 풀렸는지를 곧바로 알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그러려면 물이 너무 짠지 아니면 적당한지를 뇌의 `갈증 뉴런(thirst neurons)`에 신호로 알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3년여의 생쥐 실험과 연구 끝에 미지의 신호를 찾아낸 곳은 바로 장이었다. 이 소화관이 장내 염도를 측정해 그 정보를 직접 뇌에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한 대장과 뇌가 갈증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인체의 갈증 제어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한 세기 이전부터다. 초기엔 목이 바짝 마르거나 혈중 염도가 높을 때 뇌에 갈증 경보가 울리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수십 년 전부터 소화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장이 어떻게 갈증을 제어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뇌의 어떤 부위에 갈증 신호가 전달되는지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래서 나이트 교수팀은 처음부터 뇌에 이식한 광섬유 센서를 통해 뇌를 직접 관찰하기로 했다.
먼저 확인된 건 목구멍의 갈증 신호다. 목마른 생쥐가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안과 목을 적시면 일군의 뉴런이 곧바로 꺼진 것이다.
그런데 소금물을 마시면 똑같은 뉴런들이 잠깐 꺼졌다가 다시 흥분 상태로 돌아갔다. 짠 물만 갖고는 갈증을 풀지 못하고, 뭔가 다른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다.
일련의 실험 끝에 연구팀은 뇌에 신호를 보내는 `붙박이(built-in)` 소금 센서를 장에서 발견했다. 아울러 맹물을 생쥐의 장에 직접 주입하면 `갈증 뉴런`이 꺼지지만, 소금물을 넣으면 계속 `온(On)` 상태를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장의 소금 센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게 검증된 셈이다.
특히 주입액의 염도에 따라 뇌로 가는 신호 강도가 달라지는 것도 연구진의 시선을 끌었다. 나이트 교수는 "어떻게 장이 소금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뇌에서 갈증 신호를 평가하는 부위도 정확히 찾아냈다. 바로 뇌 시상하부의 정중 시삭전핵(median preoptic nucleus)에 위치한 뉴런들이었다. 이곳에서 장·목구멍·혈액 등에서 보내는 신호를 분석해 실제로 갈증이 나는 상태인지 판단했다.
몸이 갈증을 감지하는 체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메커니즘을 더 연구하면 음식물 섭취나 체온 조절 같이 복잡한 체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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