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들, 韓 경제성장률 전망 속속 하향..."하강속도 빨라"

입력 2019-04-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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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국내 연구기관들도 속속 성장률 전망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 기류 속에 내수 여건도 좋지 않아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한 내수 부양책만으로는 가라앉는 경기가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달 초 경제수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작년 말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2.6%)을 소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춘성 금융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투자 등 1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부분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다음 달 중 수정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월에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등 시기가 늦춰지고 반등 속도도 예상보다 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1월에는 2.6%를 올해 전망치로 내놨지만 현재 지표로는 2.5%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내년도 성장률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작년 11월 2.6% 전망치를 내놨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달 중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최근 경기인식을 바꾸며 성장률 하향조정을 사실상 예고했다.
KDI는 지난 7일 공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경기진단 표현 수위를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꿨다. 경기 여건이 악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도 21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춰 제시했다.
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 영향이 반도체 경기를 통해 증폭돼 나타났다"며 "국내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하강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한발 앞서 지난 18일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중 수출·투자의 흐름을 점검해 본 결과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를 반영했다"고 하향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들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경제전망을 바꾼 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연 1.75%) 밑인 연 1.741%로 내려갔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국내 기관들보다 더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의 전망치가 1.7%로 가장 비관적이었고,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각각 내다봤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비가 확 늘지 못하는 가운데투자와 수출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이 되면서 경제에 상방(성장률 상향)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유일한 상방 요인은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등 세계경제가 우려와 달리 부진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어 경기전망을 지나치게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박춘성 실장은 "미국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는 크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중국도 내수 부양책에 나서고 있는 점은 국내 성장률 전망 하향을 감쇄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내놨던 2.6%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IMF는 다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2.6∼2.7%)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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