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불청객 여성 무력으로 잡아끌어낸 英 외무부 장관 직무정지

입력 2019-06-21 22:28   수정 2019-06-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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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무부 부장관이 한 만찬에서 시위를 벌이던 여성 환경운동가를 강제로 잡아챈 뒤 밖으로 몰아냈다가 직무가 정지됐다고 스카이 뉴스, 공영 BBC 방송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저녁 런던금융특구 명예시장(로드메이어·Lord Mayor)의 관저인 맨션하우스에서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등 주요 정치인 및 금융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이 열렸다.
사건은 해먼드 장관의 연설이 막 시작될 무렵 발생했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 40여명이 보안상의 허점을 이용해 만찬장에 들어왔고, 이중 한 여성이 마크 필드 외무부 부장관 옆을 지나 주빈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이에 필드 부장관은 이 여성의 목을 거칠게 잡아챈 뒤 만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 장면은 만찬장에 있던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그린피스와 야당 정치인들은 일제히 필드 부장관이 지나친 공격을 가했다며 비판했다.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당의 돈 버틀러 의원은 "매우 끔찍하다. 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즉각 정직 또는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당 의원 일부는 시위대와 해당 여성이 만찬장에 혼란을 가져온 만큼, 필드 부장관의 행동에 잘못이 없다고 변호했다.
런던금융특구인 시티 오브 런던 경찰 대변인은 "폭행과 관련해 여러 건의 신고를 받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필드 부장관은 사과와 함께 국무조정실 조사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각료 규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받겠다고 했다.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필드 부장관의 직무를 정지하기로 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가 동영상을 봤으며, 이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면서 "경찰이 사건을 조사 중이고, 필드 부장관 역시 국무조정실과 보수당에 이번 문제를 맡긴 만큼 당분간 부장관으로서 직무가 정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드 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여성에게 전적으로 사과한다"면서 "어제 만찬에서 보안에 구멍이 뚫려 많은 수의 시위대가 갑자기 만찬장에 들어왔다. 참석자들이 위협을 느꼈고, 한 시위대가 나를 지나쳐 주빈 테이블로 가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주변에 보안요원들이 없었고, 순간적으로 그 여성이 무기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녀를 신속히 만찬장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움켜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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