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인사는 8초간의 짧은 악수였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의 첫 공식 행사로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오사카 국제전시장)에서 진행된 의장국 대표의 영접 행사는 한·일 관계의 `온도`를 느끼게 한 자리였다.
아베 총리는 주최국을 대표하는 의장 자격으로 오전 11시를 조금 지난 시각부터 G20 회원국, 초청국 및 국제기구 수뇌들을 차례로 맞이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시작으로 정상들이 한 사람씩 입장해 아베 총리와 인사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6번째로 입장한 문 대통령과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아베 총리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지만 문 대통령에게 특별히 친밀감을 드러내는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역시 아베 총리와 손을 맞잡을 때는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서 사진 촬영에 응할 때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바로 다음에 입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포옹하면서 등을 두드리는 등 눈에 띄게 과장된 몸짓으로 `친밀감`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 등장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할 때는 특별히 친밀감을 드러내는 표정이나 제스처 없이 간단한 악수만으로 인사를 끝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석간판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에 대해 `어색한 악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의장 자격으로 각국 정상을 영접할 때 문 대통령과 8초간 악수했다"며 두 정상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부드러운 표정이었지만 어색함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눈 것은 7개월여 만이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9월 25일(미국 동부시간) 제73차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46분간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고, 같은 해 11월 13~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별도의 양자회담 없이 두차례 접촉해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총리와 만나 회담없이 인사만 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싱가포르 회의 실무를 총괄하던 한국 외교부 김은영 아태국장이 쓰러져 입원한 데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2주 후인 11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같은 행사장에 있는 장면이 촬영됐지만,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을 작년 11월 중순 APEC 정상회의 이후 7개월만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도중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면당하는 듯한, 머쓱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지 모른 채 악수를 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힐끗 아베 총리의 손을 쳐다본 뒤에도 악수에 응하지 않자 내밀었던 아베 총리의 손은 순간 움츠려졌다.
이날 각 정상의 입장이 끝난 뒤 38명(유럽연합 대표 2명 포함)이 참석한 단체 사진 촬영에서 문 대통령은 정면에서 봤을 때 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에 섰다.
G20 의전상 단체 사진 촬영 때 맨 앞줄은 대통령, 두 번째 줄은 총리, 그 뒤로 초청국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서게 된다.
또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짧을수록 가운데에서 먼 자리를 받게 된다.
맨 앞줄 가운데는 의장국이, 의장국 좌우로는 직전 의장국과 차기 의장국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이번 촬영 때 아베 총리 오른쪽에 차기 의장국인 사우디의 빌 살만 왕세자가 서고, 그 옆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순으로 섰다.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8월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이나 2014년 10월 임기를 시작한 위도도 대통령보다 재임 기간이 짧다.
정상적인 의전 절차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과 위도도 대통령 사이에 서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전 절차를 무시하고 가운데 끼어들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일본 측 진행 요원들의 안내 실수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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