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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이후 韓 경제 전망…‘스크루플레이션’ 우려된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7-29 09:19  



우리나라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발표됐다. 1분기 성장률이 -0.4%로 워낙 낮았던 만큼 1.1%로 나왔지만 질적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벌써부터 3분기 성장률이 걱정이 된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경우 재차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 침체를 예고하는 ‘W’자형 경기 순환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을 겪을 대표국가로 꼽히고 있는 점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미국 헤지펀드 업체인 시브리즈파티너스의 더글라스 카스 대표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와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스테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후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지만, 전자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체감 물가, 즉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자가 나타나면 후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스크루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경제고통(실업률+물가상승률-성장률)가 급격히 높아지는 점이다.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 줄어 쥐어짜더라도 체감물가가 올라 살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 경기 얘기하면 우리 국민 입에서 처음 떨어지는 이 하소연을 정책당국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동방의 등볼’, ‘아시아 4용(龍)’이라 불리울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았던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을까. 나라 살림을 사상 최대 규모로 풀었고 금리까지 낮은데 경기가 안 좋다면 그 어느 때보다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뽑아준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에게 당연히 물을 수 있는 의문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 해서 ‘뉴 애브노멀’이란 용어까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영역이 ‘하나의 운동장’처럼 평평해진 점이다. 지구촌 사회에 있어서 세계를 주도하지 못하는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세계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지향적 압축성장한 국가일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들 국가의 최대 적(敵)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현 정부 들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이 세계는 ‘작은 정부’을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도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대다수 국민은 분배로 인식)’, 제조업 정책은 ‘리쇼오링’ 대비 ‘오프쇼오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 정책은 ‘프리 존’ 대비 ‘유니크 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결정과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여전히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뒤늦게 내리긴 했지만 작년 11월 말에 금리를 올린 것도 문제였다. 한국은행의 1선 목표(물가 안정과 고용창출)대로라면 오히려 낮췄어야 했다. 하지만 ‘대내외 불균형 시정’이라는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경기를 더 어렵게 했다. 우리보다 경기가 더 좋은 미국은 금융완화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과 대조가 된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1분기와 마찬가지로 2분기에도 정부 지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 수입이 기업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이 걷었거나, 재정 지출이 늘어난 공무원 봉급 등 일반 경직성 경비와 복지비 등 단순 소득이전 항목을 중심으로 집행돼 경기적인 측면에서 재정정책이 잘못 운영됐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패를 훤히 그것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증강현실 시대에 있어서는 ‘3분기 이후 성장률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감에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미중 간 마찰 장기화, 일본의 경제보복, 갈수록 꼬이는 중동 정세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변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뼈를 깎는 노력은 모두가 해야 한다. 경기와 관련해서 우리 내부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 악습이 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경기 부진의 모든 책임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당국에 있다는 고질병이다. 심지어는 집권당 국회의원조차도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현 정부도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째를 맞았다. 솔직하고 객관적인 출범 2년 평가를 토대로 국정운영의 틀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시급한 것은 지난 2년 동안 국민이 쉽게 납득이 안 가고 우려해온 남북문제에 쏠려있는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경제’ 쪽으로 돌려야 한다. 갑작스런 선회가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경제’와 균형은 맞출 필요는 있다.

‘경제’ 우선의 국정운영의 틀이 잡히면 기본설계를 바로잡고 경제 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이 그 다음 과제다. ‘혁신 성장’은 아주 잘 된 작품이다. 반면에 소득주도성장은 아직도 말이 많고 2년 이상 기다렸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다.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소득주도성장 실천과제도 같은 맥락에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처럼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없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은 한국과 같은 국가의 기본 성장전략이다. 특히 기업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와 맞춰야 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갈라파고스 함정(세계와 격리)’에 빠졌다는 비판을 듣는 여건에서는 성장하는 대에는 한계가 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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