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냄새로 알 수 있다"…키프로스 정교회 주교 발언에 경찰 수사

입력 2019-08-0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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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해의 섬나라인 키프로스에서 정교회 고위 성직자가 "동성애자는 냄새로 알 수 있다"는 등의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키프로스 북서부 지역인 모르포우 지역 네오피토스 주교의 발언에 대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규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이트 스피치는 인종이나 민족, 종교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공개적 차별 및 혐오 발언을 일컫는다.
문제의 발언은 `대화를 통한 영적 만남`이라는 주제로 주교와 신도들이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네오피토스 주교는 동성애가 "일반적으로 부모에서 아이에게 전달되는 문제"이며, "아이의 부모가 자연스럽지 못한 성적 행위에 빠지면 생긴다"면서 임신한 여성의 부적절한 성행위를 통해 동성애가 생겨난다고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성애 남성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문제의 발언들이 알려지자 키프로스 정부는 즉각 "키프로스인들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으며, 현지 동성애 인권 보호 단체도 네오피토스 주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촉구했다.
코스타스 가브리엘리데스 대통령 자문위원도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주교의 발언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문제의 발언이 성 소수자들의 부모와 특히 이들의 어머니를 모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네오피토스 주교는 현지 매체에 "교회의 입장과 성인들의 입장에 따라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네오피토스 주교의 수사를 의뢰한 코스타스 클레리데스 법무장관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성직자들의 동성애 혐오 발언 사례가 보고됐지만, 경찰 수사에 이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지난 1998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동성애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혐오 발언 금지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4년간 동성애 혐오나 성전환자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법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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