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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초불확실성 시대 도래…韓 경제, 어떻게 가야 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8-12 09:30  


미래 불확실성은 증가한다. ‘불확실성 시대(uncertainty·케네스 갤브레이스)` 라는 용어가 나온 지 40년이 지나 ‘초불확실성 시대(hyper uncertainty·배리 아이켄그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 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세계 경기는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금융위기 이전의 경기순환은 주로 인플레와 관련돼 발생했다. 종전의 경기순환 이론대로 한 나라의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경기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 초),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이 없었다.
경기 순환도 금융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으나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 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 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 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진행형 등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종전의 경기순환패턴을 기초로 한 전망이 경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예측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예측기관들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확인된 네트워킹 효과에 심리적 요인 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 만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 이후 지속돼 왔던 경기 논쟁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대안정기(great stabilization)로 진입하는 것이냐’ 아니면 ‘대침체기(great recession)로 재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위기가 또 다시 닥치는 것이 아는가 하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와 한국 경제는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규범과 이론, 관행이 통하는 ‘노멀’ 시대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뉴 노멀 시대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가’를 전제로 했던 종전의 세계경제질서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같은 다자주의 채널이 급격히 악화되는 추세다.
지역 블록도 붕괴될 조짐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영국의 탈퇴, 즉 브렉시트를 놓고 3년 넘게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등에서 ‘제2 브렉시트’를 놓고 논쟁이 거세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는 한 차원 낮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재탄생됐다. 다른 지역 블록은 존재감조차 없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쌍무 협력도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될 정도로 복잡해 교역 증진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삶은 국수를 그릇에 넣을 때 서로 얽히고설키는 현상을 말한다. A국이 B국, C국과 맺은 원산지 규정이 서로 달라 협정 체결국별로 달리 준비해야 할 수출업체에게는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다.
국제통화질서에서는 미국 이외 국가의 탈(脫)달러화 조짐이 뚜렷하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 즉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 △중심 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국제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등이 심해지면서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국제금융기구의 분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판 IMF인 긴급외환보유기금(CRA)이 조성됐고, 유럽판 IMF인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이 검토되고 있다. 중국 주도로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신개발은행(NDF)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설립됐다.
세계 경제와 국제통화질서의 ‘틀(frame)’이 흐트러지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무정부·무규범(anarchy)‘ 시대로 ’정글의 법칙‘이 적용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같은 포퓰리스트가 판친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짐의 말이 곧 법이다’할 정도다.
절대 군주 시대에 각국 간 관계는 자국 혹은 절대 군주 자신만의 이익을 중시하는 중상주의가 번창한다. 미·중 무역마찰이 본격화되면서 세계화 쇠퇴를 의미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슬로벌라이제이션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됐던 ‘세계화 4.0’과 같은 의미다.
‘슬로벌라이제이션’으로 대변되는 뉴 노멀 시대에 있어서 한국처럼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불리하다. 미·중 무역마찰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충격을 많이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뉴 노멀 시대에 일어나는 변화를 잘 읽지 못했다.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역학관계에서 ‘소외(passing)’당하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이 ‘남북 관계’ 개선에 쏠림에 따라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과정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기형적인 대외정책 운영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나왔다.

경제 절대 군주 시대에 한국과 같은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이다. 하나는 세계 경제(혹은 통수권자) 역학 관계를 감안해 대외정책 상에 ‘균형감’을 잃지 않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사후’보다 ‘사전’ 대응이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사전대응수단은 신뢰를 잃지 않는 일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국민이 보여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보다 일본 제품 불매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한국 국민의 자발적이고 성숙한 위기 극복 운동을 아베 총리가 가장 곤혹스럽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 운동에 힘을 보탠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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