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는 거품인가…2000년 닷컴 붕괴 닮았지만 [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8-19 16:29   수정 2019-08-19 16:41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삼성전자 목표가 100만원은 사기 였나
신라젠의 글로벌 임상3상 실패로 인해 바이오에 대한 시각이 크게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글로벌 임상3상이 쉽지 않다는 것에는 100% 동의합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는 투자자와 제약, 바이오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바이오가 버블이 많다는 것은 2~3년전부터 바이오업계는 물론 바이오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도 나왔던 얘기입니다.
알투바이오에서는 <기로에 선 바이오>라는 주제로 `바이오 버블에 대한 논란`과 `버블 프레임을 깨는 바이오`라는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 1999년~2001년 `IT 열풍(닷컴 열풍)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IT산업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른바 ‘닷컴’열풍이 불면서 이는 우리 주식시장에 광풍으로 휘몰아쳤습니다.
과거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새롬기술(현 솔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삼보컴퓨터, 네오위즈, 하나로통신 그리고 인터넷 검색엔진을 대표했던 야후(야후코리아), 라이코스, 추억찾기(요즘 용어로 추억팔이)의 대명사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이들 기업은 과거 20여년 전 투자자들에게 무엇을 던졌을까요?
2000년 초반 미국 나스닥시장도 4000선을 돌파하면서 우리 코스닥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스닥시장 투자자라면 화요일부터 토요일(시차 감안)까지 나스닥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했습니다.
또, 정부 역시 코스닥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함께 벤처기업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동원하면서 IT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거나 상장한 기업들의 매출액은 100억원 미만이 대부분이었고,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이른바 구경제 기업들보다는 인터넷, 게임, 컴퓨터 등 신경제 기업들의 가치가 치솟았습니다.
인터넷 대장주였던 `새롬기술 1주당 200만원 간다더라`라는 `카더라` 통신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증권사들은 코스닥기업의 실적을 토대로 분석자료를 내는데 매출 전망과 상장 기업 주가 산정이 어렵자 PSR이라는 지표를 선보였습니다.
PSR이란 주가매출비율로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데 이용하는 성장성 투자지표를 말합니다.
이 지표는 현재 바이오벤처캐피탈이 바이오업종에 투자할 때는 물론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도 참조하고 있습니다.

▲ IT기술주의 몰락…각종 게이트 폭로
IT 기술주에 대한 성장성에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열풍이 불어닥친 후 2~3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폭락하고, IT산업과 주가 조작에 연루된 2000년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한국디지털라인 부도), 2001년 이용호 게이트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IT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면서 IT기업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인터넷기업 등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몰락하고, `리차드 번스타인`이라는 메릴린치의 유명한 수석투자전략가가 `반도체 경기 정점 지났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반도체 주가와 반도체 관련기업들의 주가는 폭락을 연출했습니다.
이후 번스타인은 2002년 "기술산업이 분할과 과잉생산, 마진율 압박 등으로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니다"라며 기술주 매도 의견을 내면서 시장을 출렁이게 했습니다.
전세계 성장산업으로 꼽혔던 기술주(IT주)들은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하나 둘 씩 사라져 가거나 잊혀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모토롤라, 핀란드의 노키아, 대한민국의 팬텍 등이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죠.

▲ 한미약품에서 시작된 바이오 열풍
2015년 국내 제약,바이오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2015년 11월 한미약품은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신약후보물질에 대한 퀀텀 프로젝트에 성공합니다.
계약금 4억 유로(한화 약 5,000억원)과 임상단계 및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수수료) 35억 유로(한화 약 4조3,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이전에 성공했습니다.
한미약품의 연간 매출액이 1조원 조금 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닙니다.
이후에도 한미약품은 연이은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잭팟’의 대명사가 됐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10조원 규모의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소시장 상장을 추진하면서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후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규모에 맞게 증설 전쟁을 벌이면서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과 함께 각광을 받았습니다.
또, 정부는 상장규정을 완화해 기술특례조건의 바이오기업의 상장 문턱을 크게 낮췄습니다.
바이오, 헬스기업이 정책적 수혜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2015년부터 2019년 8월 19일까지 100여개가 넘는 제약, 바이오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한 해 40여개 기업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데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또, 정부 역시 벤처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은 반도체 등과 함께 3대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수 년 간 공전을 거듭했던 첨단바이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에 5,200억원 가량이 투자돼 전체 투자액 중 28를 차지, 업종별로는 매년 1위를 기록하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앞질렀습니다.
벤처투자의 자금이 바이오헬스에 투자금이 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 바이오의 몰락?…글로벌 임상 시행착오
그동안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에 성공과 시판 허가가 이뤄지면서 가능성과 기대감을 키워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가총액 상위종목군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임상3상에서 실패, 지연 등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20년 전 IT기술주에 대한 문제가 재현되는 분위기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의 허가 취소 과정을 겪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신라젠은 글로벌 임상3상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권고 중단이 내려지면서 바이오업계 신뢰에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에이치엘비도 임상 톱라인 공개와 함께 글로벌 임상3상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 붙게 했습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 압박이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20여년 전 코스닥 시장 열풍과 전세계 IT 열풍과 버블, 그리고 무참히 막을 내린 `닷컴 버블`의 판박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벤처캐피탈, 주가 조작 작전세력 그리고 이들과 연계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CEO들의 ‘게이트성 사건’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제발 이러한 부분만 터지지 않기는 바라고 있습니다.)

▲ 그래도 희망을 품는 이유…미 FDA, 올해 신약 2건 허가
2007년, 2008년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현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의 연간 매출액은 4천억원 전후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기업은 모두 1조원~1조 5천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R&D 역량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임상2상, 3상, 기술수출에 맞춰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체가 없다고 평가절하 하기에는 해외 진출을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NHN(네이버), 라인, 엔씨소프트, 다음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은 IT 버블의 흑역사 시간을 지나오고 견디면서 지금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IT버블때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에서도 누가 살아남고 사라질 지는 모릅니다.
전통 보수인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은 살아 남겠지요.
그리고 셀트리온 등과 같은 탄탄한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과 진검 승부를 하고 있습니다.
녹십자, SK케미칼 역시 백신 부분에서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파스퇴르, GSK와 국제 경쟁 입찰에서(WHO, PAHO)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업은 사기다`라는 말에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을 허가 신청해서 통과한 기업은 대웅제약(나보타, 보툴리눔톡신)과 SK바이오팜(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입니다.
또, 바이오기업에서는 헬릭스미스와 메지온 등이 글로벌 임상3상에 도전하고 있고, 에이치엘비는 재도전을 선언했습니다.
2000년 삼성전자 출신의 애널리스트가 삼성전자 주가가 32만원이었을 당시 목표주가 100만원 리포트(세종증권)를 낸 당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가 100만원(액면분할 전 가격)에 아연실색 했지만 삼성전자 주가 얼마까지 올랐는지 여러분이 잘 아실 겁니다.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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