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다른 시간대에 비해 배차간격을 좁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및 버스 안은 금세 사람들로 꽉 찬다. 그렇다보니 불가피한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 있고 이 때문에 `매너 손`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이라는 공간 안에서 성추행이나 몰카와 같은 성범죄가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혼잡한 틈을 이용해 범
죄 행위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테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중에서도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성추행은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지만 기존에도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거나 그 범죄의 정도에 따라 가중 처벌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엄중한 처벌이 내려짐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범죄 적발 건수는 쉽게 줄지 않는다. 또한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연루된 피의자, 피해자의 각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항도 적지 않다.
이에 관해 삼산종합법률사무소의 박수준 울산형사전문변호사는 "실제 지하철과 같이 사람들로 밀집된 장소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하지 않았음에도 쉽게 오인을 받아 피의자 입장이 되며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도 증거나 증인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하며 "상대의 주장에 반박을 할 때에는 각 입장별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치밀한 반박 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 연루된 순간 혹은 조사를 받을 때부터 낯선 환경이나 복잡한 절차 등에 의해 위축되기 십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성범죄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게 될 때에는 검사가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기소를 하고 기소범죄의 유형을 정하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급적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피의자의 입장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면 피해자의 진술에 근거하여 조사가 진행되는데다 조사 환경이 그리 원만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이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과는 다를 경우라도 반박을 하기 어렵다"며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통상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같은 경우 영상 자료 등의 객관적인 증거를 획득하기가 어렵다. 또한 불특정 다수가 그 곳에 머물다 가는 것이므로 목격자를 찾기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성추행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이에 관한 주장에 힘을 더하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증거를 획득하기도 전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사건화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보니 `오해`나 `실수`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박 변호사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연루되어 판결이 진행되더라도 범죄 혐의의 입증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법리적 검토와 증거 수집을 위주로 진행하게 되며 이에 관해 얼마만큼의 신경을 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성범죄는 초기 진술의 방향에 따라 결과의 방향도 좌우되므로 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초기 진술 단계에서부터 탄탄하게 변론해야 한다.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함에도 유, 무죄가 갈리는 것은 이 영향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조사에 따르면 강제추행이나 카메라이용촬영죄와 더불어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만큼 억울한 사정도 많을 것이다. 피의자건, 피해자건 말이다. 이러한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으로써 처벌이나 무혐의 등이 적합하게 `진실 그대로의 결과 값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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